K리그가 긴 겨울잠을 끝내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대망의 2018년 시즌을 알리는 신호탄은 27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년 K리그 미디어데이였다. K리그1으로 승격한 경남을 비롯, 올 시즌 축구판을 뜨겁게 달굴 12개 팀 감독과 대표 선수, 그리고 대표 유망주들은 새 출발을 앞두고 각자의 염원을 쏟아냈다.
역시 가장 큰 관심사는 올 시즌 판도다. 각 팀들의 예상 순위를 직접 물었다. 우승을 상징하는 '1'을 적은 감독이 4명이나 됐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작년 FA컵 우승했다. 기존 선수, 새 선수가 그 기쁨을 안다. 나서는 대회마다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목표를 일단 크게 잡고 가다보니 최근 성과 좋았다. 그리고 1위 예상할 수 있는 많은 요인이 있다. 작년에도 전북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올 시즌에도 전북을 많이 괴롭혀주고 한다면 제주의 1위도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유난히 목소리가 컸다. 그는 "많은 분들이 서울을 1위 후보에서 빼더라. 자존심 많이 상했다"라며 "올 시즌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했다.
'공공의 적'이자 '절대 1강' 최강희 전북 감독의 반응에 관심이 쏠렸다. 최강의 전력을 갖고도 매 미디어데이 때마다 언제나 자세를 낮췄던 최 감독이었다. 의외로 '1위'를 이야기 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팬들의 기대치가 많이 높다. 당연히 1위를 써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흐름을 보니 내가 1 안 쓰면 욕 먹겠더라"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내 특유의 능구렁이 같은 말을 이어갔다. "3위 안에 들어서 ACL 나가면 성공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를 그대로 믿는 이는 없었다.
다크호스로 지목 받는 서정원 수원 감독은 2위를 이야기했다. 그는 "일단 목표는 우승인 게 맞는데 예상은 2위로 했다"며 "지난 시즌 보다 좋을 것 같다. 새로 온 선수들도 잘 적응하고 있다. 목표는 우승으로 설정하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3위를 적은 최순호 포항 감독은 "2년 동안 포항이 명문 답지 않게 부진했다. 다시 빅팀으로 부활해야 한다는 사명감 있다"며 "팬들이 내년에 꼭 ACL 볼 수 있도록 이런 목표 세웠다"고 했다. 중위권 판도는 혼탁했다. 중하위권으로 예상되는 팀들은 모두 최소 8위 이상을 노래했다. 경남의 김종부 감독도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서 잔류하겠다. 2팀을 잡으면 8위도 가능하다"고 했다. 강등 예상후보인 인천의 이기형 감독은 8위, 상주의 김태완 감독은 9위라고 했다.
다음은 가장 탐나는 선수를 물었다. 이는 최고의 선수를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역시 지난 시즌 MVP 이재성(전북)의 천하였다. 서정원 감독과 이기형 감독, 안드레 대구 감독이 이재성을 꼽았다. 서 감독은 "그 자리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라고, 이 감독도 "헌신적인 플레이가 인천과 잘 맞는다"고 했다. 안드레 감독은 최강희 감독을 향해 "주세요"라고 애교를 떨기도 했다. 최강희 감독의 말이 걸작이었다. "5번 이재성을 주겠다." 세 감독들이 꼽은 이재성은 17번이었다. 이외에도 이근호(강원)이 두표, 이동국(전북)이 한표를 받았다. 김태완 감독이 이동국을 지목하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이동국은 "군대를 두번 갈수는 없다"고 버텼다.
유망주들의 세리머니, 대표 선수들의 입씨름으로,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팽팽한 신경전 속에 열린 미디어데이로 시작을 알린 2018년 K리그1은 3월1일 일제히 막을 올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