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나온 잊지 못할 명장면, 김보름(25·강원도청)의 '은빛 사죄 질주'도 빼놓을 수 없다.
김보름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2위에 올랐다. 역사적인 은메달이었다. 매스스타트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종목. 김보름은 첫 올림픽 매스스타트 메달리스트로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최고의 순간, 그는 웃지 못했다. 울먹이며 태극기를 들고 관중석 앞으로 간 뒤 무릎을 꿇었다. 관중들에게 큰절을 했다. 사죄의 의미였다.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그의 미소는 시상대에서도, 기자회견장에서도 볼 수 없었다.
김보름의 은빛 사죄 질주, 그리고 큰절.
발단은 19일 여자 팀추월 준준결선이었다. 김보름은 박지우(20·한체대) 노선영(29·콜핑)과 함께 나섰다. 기록은 3분03초76로 나쁘지 않았다. 이는 여자 한국 여자 팀추월이 올림픽에서 세운 최고 기록. 하지만 노선영이 지나치게 뒤 떨어져 들어오면서 논란을 불렀다, 김보름 박지우의 인터뷰 태도 논란에 노선영의 폭로 등이 이어지며 김보름은 '국민 악녀'로 전락했다. 20일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 감독과 기자회견에서 사정을 설명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김보름의 대표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 국민 수는 60만명에 육박했다.
거센 비판 여론 속에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출전을 포기하려 했다. 코칭스태프들에게 불출전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렇게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다시 마음을 잡았다. 심리치료를 받아가며 대회를 준비했다. 그 결과는 값진 은메달. 김보름은 큰절로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보름은 올림픽 역사상 전무후무한 '웃지 못한 메달리스트'로 기억될 것이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