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는 '끝'이 아닌 '시작'을 의미한다.
한국 봅슬레이 4인승이 새 역사를 썼다. 봅슬레이 종목에서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원윤종(33)-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서영우(27·경기도BS경기연맹)-김동현(31·강원도청)으로 구성된 봅슬레이 4인승은 25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대회 4차 시기에서 49초65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1~4차 시기 합계 3분16초38을 기록한 한국은 독일의 니코 발터 조와 동률을 이뤄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조는 3분15초85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봅슬레이는 그 동안 유럽과 미주의 전유물이었던 올림픽 메달을 빼앗았다. 한국의 생애 첫 올림픽은 2010년 밴쿠버 대회였다. 남자 4인승이 스타트를 끊었다. 당시 '한국의 썰매 개척자' 강광배를 비롯해 이진희 김동현 김정수가 호흡을 맞춰 19위에 올랐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선 원윤종-전정린-석영진-서영욱 조가 20위에 랭크된 바 있다.
소치 대회에선 2인승과 4인승에서 2팀씩, 여자 2인승 1팀이 출전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메달이다. 봅슬레이 종목에서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에 발을 뻗은 국가는 일본이었다. 1972년 자국에서 벌어진 삿포로 대회였다. 이후 1984년 대만이 아시아의 두 번째 국가로 올림픽에 나섰지만 유럽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의 벽은 높았다. 아시아는 46년간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한을 한국 봅슬레이 4인승이 끊어냈다.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서영우는 "8년간 많은 일 있었다. 금보다 값진 은이다. 후원해주신 모든 분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전정린은 "해냈다는 느낌이다. 꿈꾸던 순간이었다. 메달 무게가 무겁다 들었는데 진짜 무겁다. 이제 시작이다. 베이징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파일럿 원윤종은 "믿기지 않는다. 늘 생각했다. 우리 네 명 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 전담팀, 연맹, 후원, 후배 동료들이 한 팀이라고 본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밝혔다. 김동현은 "지난 10년간 뿌린 씨앗을 거뒀다. 앞으로의 10년을 또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평창=김진회, 임정택 기자
-은메달을 따낸 소감은.
▶(전정린) 해냈다는 느낌이다. 꿈꾸던 순간이었다. 메달 무게가 무겁다 들었는데 진짜 무겁다. 이제 시작이다. 베이징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서영우) 스타트가 부족했다. 로딩 동작이 빨라야 스타트가 빠르다. 우리가 부족했는데 윤종 형이 주행을 잘 해줬다. 8년간 많은 일 있었다. 금보다 값진 은이다. 후원해주신 모든 분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원윤종) 믿기지 않는다. 늘 생각했다. 우리 네 명 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 전담팀, 연맹, 후원, 후배 동료들이 한 팀이라고 본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2인승을 포기한 것에 대해선.
▶(전정린) 2인승 포기는 처음엔 아쉬웠지만 같은 목표였다. 힘을 모아서 발전하는 모습 보이고 싶었다. (김동현) 지난 10년간 뿌린 씨앗을 거뒀다. 앞으로의 10년을 또 생각하겠다. 2인승 포기 보단 도전이었다. (서영우) 2인승을 포기한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잘 해왔다. 동현이 형과 정린이 형에게 고맙다.
-1~2차 시기가 끝나고 기분이 어땠나.
▶(서영우)어제 잠이 안오더라. 평창 트랙에서 피니쉬 순간을 생각하며 잠들었다. 이루게 돼 기쁘다. 다들 침착하게 하던대로 잘 했다. 비록 은이지만 값지게 생각한다. (전정린) 소치 때도 봅슬레이가 가장 늦게 했다. 즐길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선수촌에서 처음엔 티비로 봤다. 즐기는 것 보단 목표가 더 중요했다.
-은메달 비결이 무엇인가.
▶(서영우) 우리는 장점이 하나 된 조직력과 단합력 이다. 다른 나라는 서로 견제한다. 우리는 하나로 뭉쳤다.
-故 로이드 코치 부인이 현장에서 응원했는데.
▶(서영우)2인승 때 잘했다고 이야기 해주더라. 4인승 때도 잘 하라, 자랑스럽다고 해주셨다.
-형들에 대한 불만은 없는가.
▶(서영우) 형들이 잘 해준다. 이제 끝났으니 잠도 자고 친구들과 놀고 싶다. 4인승 메달을 따서 기쁘다. 2인승은 아쉽지만 부족함을 잡아서 좋은 성과를 냈다. 결과에 만족한다.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리던데.
▶(원윤종) 지나온 일들이 생각나서 울었다. 힘든 일들을 극복해왔다. 그 시련 덕에 좋은 결과 얻었다. 누구보다 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2인승 뒤 어떤 감정이었나.
▶(원윤종)경기력이 안 나오면 너무 힘들었다. 우린 안 될 거라는 말도 많았다. 우리는 불가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올 시즌 월드컵을 중도포기하고 들어왔는데.
▶중반에 경기룰 포기한건 부상 탓도 있다. 부상을 안고 하기 보단 회복해서 주행라인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봤다. 계획대로 됐다. 허리가 안 좋았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앞으로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싶나.
▶대한민국과 아시아 최초의 메달이다. 유럽, 북미가 강해서 도저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우리가 지평을 열었다. 우리 아시아도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더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