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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곪았던 性병폐 터졌다"…조민기·유명배우·A감독은 시작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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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곪았던 연예계 암(暗)이 마침내 터졌다."

지난해 미국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시작된 '미투(Me Too)' 캠페인이 마침내 한국 연예계를 집어삼켰다. 여배우 폭행 논란을 일으킨 김기덕 감독을 시작으로 동성 감독을 성폭행해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이현주 감독, 수십 년간 상습적으로 자신의 극단 여성 단원들을 성폭행해온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연출자, 제자인 여대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직 중이었던 대학교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배우 조민기, 이윤택 연출자와 함께 과거 같은 극단의 여성 단원을 성추행했다고 폭로 당한 유명 조연배우, 신인 여배우를 성희롱한 영화감독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성희롱·성폭력 파문이 터지고 있다.

그동안 묵인 시 됐던 연예계 적폐가 마침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 뒤늦게나마 터진 진실에 비난이 거세지자 김기덕 감독은 지난 15일 열린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법원 판결이 내겐 억울하지만 승복하려 한다. 그동안 많이 반성했고 실제 시스템과 연출 태도도 많이 바꿨다"며 반쪽짜리 사과를 전했고 이현주 감독·이윤택 연출자는 피해자들을 향한 아리송한 사죄와 함께 연출 은퇴를 선언했다. 그나마 반쪽짜리 사과도 한 이들이 어찌 보면 양호한 편이다.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등장해 충격적인 만행을 폭로 중임에도 여전히 조민기는 혐의를 전면 반박하며 억울함과 각종 변명을 내놓고 있고 유명 조연배우와 A감독은 사건의 진위 여부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잠적했다. 이들은 잘못을 인정, 반쪽 사과라도 해주길 바라는 대중에게 더욱 큰 배신감을 안겼고 더욱 큰 분노를 치밀게 만든다. 변명, 침묵만이 정답이 아닌 상황에도 이들은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두고 너무 늦게 터진 '미투 캠페인'이다며 한숨을 쉰다. 몇몇 관계자는 "곪았던 연예계 적폐가 너무 늦게 터져 후유증도 더 큰 것 같다"고 우려한다. 연달아 터지는 성 추문 파문에 대중의 피로가 상당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대로 가다간 연예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한 몇몇은 '이제 시작일뿐'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영화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어제(21일) 폭로된 유명 조연배우, 오늘 보도된 A감독까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성 추문 파문은 말 그대로 오래전부터 이어지던 연예계, 영화계 병폐였다. 폭로된 이들은 일부일 뿐, 계속해서 다른 가해자들이 거론될 것 같다. 대부분 권력을 이용해 약자를 괴롭히는 행동이고 이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가해자가 많았다. 또한 잘못된 걸 알지만 그걸 잘못이라고 말하지 못한 목격자들도 많다. 혹여 더 큰 피해가 다가올까 두려워 숨기기도 했다. 그게 하루 이틀 지나고 몇 년이 지나 병폐로 남아버렸다. 이번 사건으로 인식이 바뀌길 진심으로 바란다. 병폐를 청산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다만 자신의 꿈, 예술을 향해 노력하는 배우, 감독들도 정말 많다는 걸 대중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으로 병폐가 청산되길 바라지만 이런 병폐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의 진심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