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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쇼트트랙]천당-지옥 오간 12일, 임효준 그렇게 아픔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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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시상식.

동메달을 목에 건 임효준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표정이었다. 공동취재구역 인터뷰도 거절했다. 이날 5000m 계주에서 자신이 저지른 실수 때문이었다.

레이스 초반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친 한국은 스타트에서 헝가리와 몸싸움을 펼쳤다. 이후 36바퀴를 남겨두고 3위로 처진 한국은 33바퀴를 남기고 1위로 올라섰다. 다시 중국에게 리드를 내준 한국은 중국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22바퀴를 남기고 사고가 발생했다. 선두로 치고 올라가던 임효준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차이가 한 바퀴 이상 나면서 한국은 최선을 다해 따라갔지만 끝내 간극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임효준은 자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5000m 계주만 보고 무려 1년을 준비했다. 서로의 엉덩이를 밀고 또 다시 밀며 이젠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 곽윤기(29·고양시청)의 '맏형' 리더십 속에 남자 쇼트트랙대표팀은 하나가 됐다. 모두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기회는 5000m 계주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한 순간의 실수로 꿈이 허무하게 물거품이 됐다.

경험이 부족이 부른 실수가 지난 1년의 준비를 무색케 만들었다. 다소 서둘렀다는 평가다. 아직 바퀴수가 많이 남아있었고 서두르지 않아도 됐을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임효준은 무리하게 선두로 치고 나가다가 원심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12일 전에는 천국을 다녀왔다. 임효준은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의 첫 금맥을 뚫었다. 환호했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생애 처음으로 받은 금메달이 꿈인지 생시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임효준의 생애 첫 올림픽의 끝은 지옥이었다. 곽윤기가 따뜻하게 안아줬고 김도겸도 임효준을 위로했다. 임효준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그 아픔과 위로로 '만능 스케이터' 임효준은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었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