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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아이스하키 전쟁, 미국이 올림픽서 캐나다를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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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라이벌전 다웠다. 링크 곳곳에서 신경전이 펼쳐졌다. 남자 선수들을 방불케하는 강력한 보디체크는 물론, 격렬한 몸싸움이 이어졌다. 둘로 나뉜 관중들은 "캐나다!", "USA!"를 외치며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전쟁의 승자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2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페널티 슛아웃까지 가는 접전 끝에 3대2로 이겼다. 미국은 1998년 나가노 대회 이후 20년만의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올림픽 5연패를 노리던 캐나다는 눈물을 흘렸다.

미국과 캐나다는 어김없이 결승에서 만났다. 미국은 핀란드를, 캐나다는 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OAR)를 5대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캐나다와 미국은 축구로 치면 '신계'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존재다. 3위권 팀과의 격차가 너무 크다. 캐나다는 2014년 소치 대회 동메달리스트이자 단일팀을 8대0으로 꺾은 스위스를 연습경기에서 10대0으로 꺾을 정도다. 웬만한 남자팀 보다도 낫다. 캐나다는 국내 입성 후 광운대와의 연습경기에서 4대0으로 승리하기도 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캐나다 매체 CBC는 "놀랍지도 않다. 미국과 캐나다의 평창올림픽 결승전은 필연적"이라고 했다. 워낙 압도적이다보니 우승의 길목마다 만날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캐나다는 그동안 18차례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한차례도 빠짐없이 만났다. 올림픽에서는 정식종목이 된 나가노올림픽 이후 6차례 결승전 중 5번을 만났다. 늘 팽팽한 승부를 펼쳤지만 올림픽에서는 다르다. 세계선수권 4연패에 성공하며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은 올림픽에서는 캐나다에 밀려 20년째 '노골드'의 수모를 겪고 있다. 미국은 이번 대회 금메달을 위해 벼르고 별렀다.

양 팀은 15일 예고편을 공개했다. 조별리그에서 캐나다와 미국이 만났다. 결과는 접전 끝에 캐나다의 2대1 승리. 경기내용에서는 미국이 앞섰지만, 캐나다의 결정력이 빛났다. 주먹 다짐도 불사하는 육탄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결승전이었다. 여기서 웃는 팀이 진정한 승자였다.

결승전은 명승부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 관중들이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졌다. 기술과 속도에 몸싸움까지, 여자 아이스하키의 진수를 보였다. 선제골은 미국이 넣었다. 1피리어드 종료를 26초 앞둔 19분34초 시드니 모린의 스냅샷을 힐러리 나이트가 골 크리스 앞에서 팁인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곧바로 캐나다가 반격했다. 2피리어드 2분 블레어 턴불이 돌파하며 오른쪽서 센터링한 퍽을 할리 어윈이 밀어넣었다. 기세가 오른 캐나다는 2피리어드 6분55초 메간 아고스타의 패스를 받은 마리-필립 풀린이 왼쪽 톱코너를 찌르는 원타이머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3피리어드 15분49초 캐나다의 역습을 막아낸 뒤 켈리 판네크의 기가 막힌 패스를 받아 단독찬스를 잡은 모니크 라무룩스-모란도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양 팀은 연장에서도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지만,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페널티 슛아웃으로 가려졌다. 슛아웃 역시 대접전이었다. 미국의 조셀린 라무룩스-다비드슨이 먼저 성공시키자 곧바로 캐나다가 멜로디 다우스트의 골로 따라갔다. 미국이 아만다 케셀의 득점으로 다시 앞서자, 캐나다는 아고스타의 골로 추격했다. 운명의 6번째. 미국은 기기 마빈이 침착하게 성공시켰며 다시 리드를 잡았고, 캐나다의 나탈리 스푸너의 슛을 막아내며 길고 길었던 승부의 종지부를 찍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