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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 출신 배우들 "이윤택에게 '넌 개인주의야'란 말을 들으면 그날로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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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너무 개인주의야."

'절대권력'을 구가했던 연출가 이윤택의 입에서 이 말이 떨어지면 그 말을 들은 배우는 그날로 짐을 싸야 했다.

1990년대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던 배우 A씨와 B씨는 21일 기자와 만나 이윤택의 실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이윤택은 사이비종교의 교주 이상으로 절대권력을 누렸다"며 "이윤택을 중심으로 한 권력 시스템은 매우 체계적이고 위압적이어서 아랫 단원들은 감히 '찍소리'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1986년 창단된 연희단거리패는 이윤택이 부산에서 활동하며 만들었던 가마골소극장 멤버들이 핵심을 이루었다. A씨는 "연희단거리패에 잠시라도 몸을 담은 연극인은 사실 몇 천명"이라면서 "하지만 권력의 중심부는 부산에서 올라온 가마골 소극장 멤버들이었다. 이윤택을 중심으로 그들이 친위대를 형성해 극단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고 나머지 단원들은 외곽에 머무르면서 시키는대로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가 교주를 중심으로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지도부를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윤택의 이러한 절대권력은 어떻게 구축됐을까. B씨는 "이윤택은 극작과 연출은 물론 연기지도까지 했다. 사실 이 3가지를 다했던 인물은 이윤택과 극단 목화의 오태석 정도 밖에 없었다. 연극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 있었고 우리가 보기에 그는 '천재'였다. 더구나 그의 작품들이 잇달아 성공했기 때문에 단원들은 감히 그가 무슨 말을 하면 토달 수 없는 분위기가 강력하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이윤택의 지시에 반항해 자기의견을 내놓는 것은 금기이자 자살행위였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연습 도중 이따금 '선생님 전 이렇게 생각하는데요'라고 자기의견을 내놓는 동료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윤택은 '그건 니 생각이야, 넌 너무 개인주의야'라며 얼굴을 찌뿌렸다. 대개 그 단원은 그날 짐을 싸 극단을 나가야했다"고 말했다. "넌 개인주의야"는 '파문' 선고였던 셈이다.

연희단거리패는 연극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극단으로 꼽혀왔다. 연극인들은 반 농담조로 '연희단 패거리'라고 불렀다. 이 외부와 단절된 자신만의 왕국에서 이윤택은 추악한 철옹성을 쌓았고, 그것을 '연희단거리패는 하나'라는 말로 포장했다. 그래서 자신의 권위에 조금이라도 대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주의'로 몰아부친 것이다.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로 이윤택의 성추행을 폭로한 홍선주 씨도 21일 "나에게 '이윤택이 안마를 원한다'며 등을 떠민 김소희 대표도 내가 거부하자 가슴팍을 치면서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너만 희생하면 되는데 왜 그러냐'고 했다"고 말했다. 김소희 대표는 연희단거리패의 2인자로 이윤택의 직계 라인이다. 이윤택의 '더러운 욕망'에 저항하는 것도 '이기주의'로 몰아부친 것이다.

A씨와 B씨는 "연극계에서 사실 이런 식의 폐쇄적인 문화는 연희단거리패와 극단 목화 정도 밖에 없었다"며 "이 두 곳이 워낙 큰 극단이기는 하지만 연극계 전체가 사이비 종교계처럼 비춰지는 것 같아 심란하다"고 덧붙였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