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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Live]男팀추월, '복병'노르웨이에 일격...2연속 은메달 '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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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과 아이들'이 평창올림픽 남자 팀추월 결승에서 올림픽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30·대한항공) 김민석(19·성남시청) 정재원(17·동북고)으로 이뤄진 대한민국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21일 밤 10시 17분,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펼쳐진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노르웨이와의 결승에서 3분 38초52의 기록으로 패했다. 아쉽게 2위를 기록했지만 맏형 이승훈부터 막내 정재원까지 하나 된 혼신의 질주였다.

김민석이 맨앞에 서 첫 바퀴를 끌었다. 정재원이 김민석과 이승훈 사이에 섰다. 2바퀴 이후 이승훈이 리더로 나섰다. 초반 노르웨이에 뒤졌지만 5바퀴를 남기고 0.09초 차로 따라붙었다. 4바퀴를 남기고 0.13초차로 역전했다. 이후 폭풍질주가 이어졌다. 이승훈의 리딩이 계속됐다. 김민석과 정재원의 맏형의 뒤를 끝까지 쫓았다. 3바퀴를 남기고 노르웨이가 0.13초 앞섰다. 김민석이 다시 앞으로 나서 끌기 시작했다.

남자 팀추월은 3명의 선수가 400m 트랙을 8바퀴 돌아 마지막에 들어온 주자의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세 선수의 고른 기량과 '혼연일체' 호흡이 절대적이다. 한국은 매경기 스스로를 넘어서는 환상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18일 준준결선에서 3분39초29의 '트랙 레코드'를 수립하며 소치올림픽 은메달(3분40초85)을 뛰어넘는 호기록으로 총 8개팀 중 1위로 준결선행을 확정했다. 21일 8시 22분, 준결선에서 뉴질랜드를 상대로 3분38초82초, 또다시 트랙레코드를 경신하며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뉴질랜드에 0.72초 앞서며 결승행을 확정했다.

준결선에서 '디펜딩 챔프' 네덜란드를 꺾고 올림픽 신기록 (3분37초08)까지 수립하며 결승에 진출한 노르웨이는 강력했다. 하바드 보코(1만m 11위, 5000m 18위), 시멘 스필레 닐센(5000m 13위), 스베르 룬데 페데르센(5000m 동메달, 1500m 9위)의 장거리 전문 레이서들의 끈끈한 팀워크과 뒷심은 놀라웠다. 베테랑 이승훈이 10대 당찬 후배들을 이끌고 혼연일체, 하나 된 레이스를 펼쳤지만 노르웨이의 상승세가 워낙 강력했다. 그러나 여자 팀추월 '팀워크' 논란을 무색하게 만드는, 환상의 '원팀' 레이스로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의 역사를 썼다.

'대한민국 팀 리더' 이승훈은 백전노장이자 '월드클래스' 스케이터다. 쇼트트랙 출신의 코너링 능력과 5000m, 1만m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지구력, 경기 흐름을 영민하게 읽어내는 두뇌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험치를 지녔다. 무엇보다 스케이트를 신은 후 24년간 흔들림없이 한우물만 파온 성실한 선수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을 바라보며 꿈을 키운 '띠동갑' 후배들이 그의 리딩에 따라 삼위일체가 돼 움직였다. 이승훈은 약속을 지켰다. 2010년 밴쿠버 1만m 금, 5000m 은, 2014년 팀추월 은메달에 이어 올림픽 3연속 메달의 위업을 썼다.

남자 1500m에서 아시아 최초의 동메달을 목에 건 김민석은 5000m도 꾸준히 병행해왔다. 1500m 첫 메달이 말해주듯 단거리의 스피드와 장거리의 지구력을 두루 갖춘 전천후 선수다. 첫 올림픽에서 멀티 메달의 기쁨을 누렸다. '고등학생 막내' 정재원은 최연소 메달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한체대 쇼트트랙 링크에서 이승훈과 발을 맞춰왔다. 이승훈과 함께하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평창올림픽 선발전에서 '10대 반란'을 일으키며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첫 출전한 1차 헤렌벤월드컵에서 이미 금메달을 경험한 정재원은 '메달리스트' 형들과 함께 강릉오벌을 후회없이 질주했다. 안방에서 열린 첫 올림픽, 열일곱살 고등학생 정재원이 한국 빙속 사상 최연소 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었다.

대한민국 빙속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하나로 잇는 아름다운 레이스였다. 서른살 베테랑 선배와 패기만만한 10대 후배들이 엮어낸 '원팀' 팀워크, '이승훈과 아이들'이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팀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하나된 레이스였다.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원팀 논란속에 피멍 든 대한민국 빙속 대표팀에 의미 있는 은메달을 선사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