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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스토리]시끌벅적한 '팀'의 의미, '원팀' 아이스하키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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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TEAM).

이 단어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끌시끌 하다. 함께 뛰어야 할 선수들이 뚝 떨어졌고, 선수와 감독은 '진실게임'을 펼치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둘째 문제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여자 팀추월 팀은 더 이상 '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역대급 막장드라마가 펼쳐진 팀추월에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린 20일. 바로 그 시간, 백지선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과 새러 머리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눈물을 흘렸다. 남자와 여자 모두 각각 핀란드(2대5), 스웨덴(1대6)에 패하며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하지만 백 감독과 머리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비록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하나'가 되어 싸운 선수들의 팀 스피릿이 촉발한 '자랑스러운' 눈물이었다.

하나가 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다름'을 뛰어넘어야 '원팀'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는 7명의 귀화 선수들이 있었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이들은 귀화 선수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진정성을 의심했다. '팀워크를 깨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어린 목소리도 있었다. 여자 대표팀은 더 했다. 한국계이기는 하지만 한국말을 못하는, 사실상 외국인에 가까운 선수들에 북한 선수들까지 가세했다. 갑작스러운 단일팀 결성에 그간의 준비들이 허사가 됐다. 라인 하나하나를 새로 짜야했다. 여기에 한국어, 영어에 북한말까지, 의사소통마저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결국 해냈다. 이 모든 우려의 시선을 뛰어 넘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서로에게 한걸음 더 다가섰고 그렇게 '원팀'이 됐다. 태극마크를 단 '푸른 눈의 한국인들'은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같았다. 안양 한라, 하이원 등에서 오랜 기간 함께 하며 적응을 마친 이들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위화감은 없었다. 눈 색깔과 상관없이 우리 '팀' 선수가 상대 몸싸움에 당하면 함께 모여 되갚아줬다. 백지선 감독도 귀화 선수들과 토종 선수들을 나누지 않는 '화합의 리더십'으로 '원팀'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1골-1도움으로 이번 대회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브락 라던스키는 "한국 대표팀 일원으로 올림픽 무대에 섰다. 한국에 기여할 수 있어 정말 자랑스럽다. 한국 응원단 앞에서 골을 넣어 더 값졌다"고 했다. 모국인 캐나다와 맞붙은 골리 맷 달튼은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그저 이겨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걱정 했던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한국어가 서툰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는 전언이다. 물론 라커룸 위치를 바꾸고, 함께 식사를 하게 하는 등 머리 감독의 디테일한 리더십도 빛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뛰었다는 점이다. 대표팀 수비수 엄수연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 팀이라 생각한다. 가족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 같이 이루고 싶은 1승이라는 목표가 있기에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머리 감독도 "밖에서는 두팀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한팀이었다. 행정적인 결정은 정치인이 했지만 링크에서 한팀이 된 것은 선수들의 공이 크다"고 웃었다.

남자 대표팀 4전패, 3골-19실점. 단일팀 5전패, 2골-28실점. 한국 아이스하키가 남긴 성적표다. 하지만 아무도 이들의 도전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다. 실력부터 저변까지 상대가 되지 않는 골리앗을 맞아 '원 팀'으로 맞서 싸우는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있었고, 과거보다 미래가 있었다. 하나가 됐기에 비로소 품을 수 있었던 파랑새였다.

핀란드전을 마친 뒤 다 함께 대형 태극기를 들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낸 남자 대표팀은 이내 백 감독 앞에 줄지어섰다. 백 감독과 선수단은 인사를 하기 위해 숙인 허리를 한참 동안 펴고 일어나지 못했다. 4년 간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서로를 향한 찬사였다.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고, 그 어느때보다 힘겨웠던 27일을 함께 보낸 남과 북의 선수들은 스웨덴전을 마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은 처음과 같았다. 훈련 때나, 경기 때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함께 모여 스틱을 두드리며 "팀 코리아"를 외쳤다. 그렇다. 이게 바로 진짜 '팀'이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