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가수 자두가 힘들었던 지난 날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20일 밤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자두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과거 '여자 싸이'라고 불릴 정도로 독특한 콘셉트로 큰 사랑을 받은 자두. 그러나 자두는 과거 활동에 대해 "데뷔 때 내가 꿈꿨던 가수의 모습이 아니었다"며 "데모를 들었는데 뽕짝도 아닌 것이 요즘 가요도 아니고 록도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금세 받아들였던 거 같다. 너무 정신없이 데뷔하기도 했고 자두라는 가수는 모델이 없었다.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자두가 됐다"며 "마냥 태엽 감아놓으면 바쁘게 움직이는 인형처럼 열심히 했다. 내가 뭐하고 사는지를 몰랐던거 같다. 김밥과 함께 나도 이젠 말려들어가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철없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신 없이 바쁘게 활동하며 승승장구하던 자두는 2006년 돌연히 자취를 감췄다. 자두는 두 번째 소속사에서 계약사기를 당해 수많은 빚을 떠안고, 법정에도 증인으로 수차례 나서게 된 것. 자두는 "내가 계약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도장을 찍었다고 이야기하는 계약서를 가지고 어떤 분이 돈을 받은 거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배신감에 몸과 마음이 지친 자두는 결국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질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그런 자두를 지켜준 건 바로 11년 절친 가수 소향이었다. 소향은 당시 자두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때 당시에는 '네가 어떤 마음이야?' 라는 것조차도 물어보지도 못했다. 약간 너무 무서웠다. 혹시 너무 안 좋은 얘기가 나오면 어떡하지 싶더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면서 그냥 안아줘야지라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소향은 쉴 곳이 필요한 자두를 위해 기꺼이 휴식처가 되어줬다.
또한 배우 윤은혜도 자두의 곁을 지켰다. 자두는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아무도 나의 가능성을 헤아려주지 못한 때였는데 유일하게 그것들을 먼저 발견해서 헤아려주고 제일 먼저 손을 내밀어줬던 게 윤은혜였다. 3~4년 같이 지냈던 것 같다. 내가 얹혀 살았다"며 웃었다. 자두는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고, 곁에서 용기를 주는 윤은혜 덕분에 다시 음반을 내고 활동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인들 덕분에 다시 일어선 자두는 이후 목회자인 남편을 만났고, 두 사람은 2013년 결혼했다. 자두는 "우리는 똑같이 빈털터리였다. 우리 둘은 가진 게 없었다. 내가 좀 더 가진 거라면 빚이었다"고 말했다. 남편도 "결혼 당시 대략 30만원 정도 벌었던 거 같다. 중요한 건 내 내 삶의 기쁨과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벌이가 적어도 만족했다"며 "다행히 아내가 나의 생각에 동의해줬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웃었다. 자두는 "돈이 하나도 없고, 말도 안 되게 빈털터리인데 4시간을 걸어도 이 사람이랑 있으니까 너무 기뻤다. 많이 가지지 않아도 이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컸다"며 남편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자두의 남편은 과거 자두 활동을 부끄러워하는 아내를 자랑스러워했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줬다. 남편의 사랑과 신뢰로 이제는 베풀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는 자두는 "어떤 사람들은 '사람 됐다'고 얘기한다. 그만큼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남편을 만나고 나서는 내가 정직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 사람으로 바뀐 것 같다. 그러니까 삶이 건강해지는 것 같더라. 감출 게 없고, 가릴 게 없다는 마음이 드니까"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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