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한 자리 꼭 차지하고 싶습니다."
LG 트윈스의 2018 시즌에는 많은 물음표가 달려있다. 류중일 신임 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각 포지션 주전은 어떤 선수가 될 지 궁금하다.
그 중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건 바로 선발 경쟁. 헨리 소사-타일러 윌슨-차우찬까지 로테이션 합류가 확정적인 가운데 남은 두 자리를 놓고 5명의 선수들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중이다.
상무에서 전역해 팀에 합류한 임지섭도 그 후보 중 하나다. 제주고를 졸업하고 2014년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한 기대주. 데뷔 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2연전 2차전 승리투수가 되며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하지만 고교 시절 150㎞의 공을 뿌린다던 좌완 파이어볼러로서의 면모를 프로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제구에서 크게 흔들리며 기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일찌감치 군입대를 하게 됐다.
군에서의 2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LG 캠프에서는 임지섭에 대해 호평 일색이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제구가 정말 좋아졌다. 구속이 145km 정도만 된다 해도, 제구가 되는 지섭이의 공은 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류 감독의 기대감도 연습경기 선발 투입으로 드러났다. 임지섭은 지난 14일(한국시각) 미국 현지에서 처음으로 열린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실전에 선발로 나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캠프 첫 연습경기는 감독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투수를 선발로 투입시킨다. 그것도 어느정도 몸상태가 올라온 일본팀이었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지섭은 "군에 가기 전 제구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닌데, 선수 입장에서는 계속 얘기가 들리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군 복무 2년 동안 제구를 가다듬기 위해 애썼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지섭은 지난해 3월 상무 유니폼을 입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네덜란드 대표팀의 연습경기에 등판했었는데, 당시 3⅓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었다. 직구가 130㎞ 중반대에 그쳐 걱정을 샀다. 임지섭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 때는 시기적으로 시합 준비가 전혀 안된 상황에서 갑자기 공을 던져 그랬던 것이다. 지금 몸상태는 아주 좋다"며 웃었다.
캠프 불펜피칭을 보니, 키킹 동작에서 오른 다리를 다른 투수들보다 더 벌려 투구판을 밟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엉거주춤한데, 공은 낮게 낮게 잘 깔려 들어갔다. 임지섭은 "특별히 폼을 바꾼 건 아니고, 제구에 신경쓰며 던지다보니 편한 투구폼으로 던지게 됐다. 그래도 캠프에서부터 공이 낮게 잘 들어가 기분은 좋다"고 설명했다. 고교시절 보여줬던 강속구를 프로에서는 못봤다고 하자 "제구 안되는 150㎞보다, 제구가 되는 140㎞가 훨씬 위력이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혔다.
임지섭도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을 안다.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지난 몇년 간 1군에서 보여준 게 없기에 처음부터 기회를 잡으려면 남은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더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임지섭은 "프로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에 꼭 들어가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