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순간 끝이다. 아직 메달 충분하다."
브레이크맨 서영우(27·경기도BS경기연맹)은 마지막 대역전 드라마를 꿈꿨다.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 조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대역전 드라마를 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원윤종-서영우 조는 18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대회 봅슬레이 2인승 1, 2차 시기 합계 1분38초89를 기록, 30팀 중 9위에 올랐다.
1차 시기에선 주행 실수 탓에 11위(49초50)로 부진했던 원윤종-서영우 조는 2차 시기에서 49초39로 기록을 다소 끌어내렸다.
원윤종-서영우 조는 오는 19일 오후 8시 15분부터 펼쳐질 3, 4차 시기에서 역전 금메달을 노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최종 순위는 1~4차 시기 기록을 합산해 결정된다.
경기가 끝난 뒤 파일럿 원윤종은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대신 인터뷰에 응한 서영우는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다. 그러나 1차 시기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안나와 당황하고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포기하는 순간 끝이다. 3~4차 시기에서 우리가 준비한대로 하면 메달 획득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1차 시기 불리한 순번 주행에 대해선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순번을 탓하는 것도 실력이다. 좀 아쉽지만 잘 주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윤종-서영우 조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1차 시기를 맞았다. 컴퓨터 추첨 결과 30개 팀 중 맨 마지막에서 주행하게 된 것이다. 썰매 종목에선 출발 순서가 뒤로 밀리면 불리하다. 봅슬레이 2인승은 썰매와 탑승하는 선수의 무게가 최대 390㎏에 달할 만큼 무겁다. 앞선 팀들이 경기를 치를수록 트랙의 얼음이 갈라지고 깨져 노면 상태가 불안정해진다.
봅슬레이는 0.01초의 촌각을 다투는 종목이라 고르지 않은 노면을 조정해야 하는 파일럿 원윤종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1차 시기에서 좋은 기록을 내 2차 시기에서 순번이 뒤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1차 시기부터 마지막에 주행하는 건 부담이었다.
1차 시기 스타트부터 다소 만족스럽지 않았다. 육상선수 출신 서영우와 찍은 스타트 기록은 4초92.
이후에는 원윤종의 출중한 드라이빙 능력이 요구됐다. 원윤종은 지난해 9월 말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평창 트랙을 총 452회 주행으로 각 구간마다 패스트라인을 정확하게 분석해놓았다. 눈 감고도 탈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 듯 했다. 원윤종은 까다로운 1번부터 5번 코스를 물 흐르듯 질주했다. 그러나 승부처인 9번 코스에서 발목이 잡혔다. 악마에 사로잡혔다. 썰매가 좌우로 두 차례 충돌했다. 나머지 구간은 깔끔한 주행으로 마쳤지만 기록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49초50.
지난 세 차례 연습주행보다는 좋은 기록이었다. 16일 두 차례 주행에선 49초91과 50초05를 탔던 원윤종-서영우 조는 17일 한 차례 주행에서 50초19를 마크한 바 있다.
2차 시기에서 10번째로 주행한 원윤종은 1차 시기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모습이었다. 스타트와 주행에서 큰 실수가 보이지 않았다. 1차 시기에서 충돌한 9번 코스도 잘 빠져나왔다. 1차 시기 때보다는 기록이 나아졌다. 49초39. 그러나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선 49초0대를 타고 경쟁자의 실수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코너에 몰렸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