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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첫 연습경기 베스트라인업 가동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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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팀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훈련만 하는 건 아니다.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끔씩 연습경기 일정이 포함된다. 국내외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훈련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경기 감각도 끌어올리고, 또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도 있다. 특히 스프링캠프 초반에는 주전보다는 비주전급 선수들을 주로 내보내 유망주 테스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넥센 히어로즈는 조금 달랐다. 스프링캠프에서 처음으로 치른 연습경기에 팀의 최정예 선수들을 총출동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거나 그 자리를 노리는 투수들을 전부 투입했다. 18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파파고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생긴 일이다.

타선은 임병욱(중견수)-초이스(우익수)-서건창(2루수)-박병호(1루수)-김하성(유격수)-김태완(좌익수)-장영석(3루수)-고종욱(지명타자)-박동원(포수)이 베스트 9을 구성했다. 손가락 재활중인 이정후만 포함되면 정규시즌 베스트 라인업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날 나온 투수들도 기가 막히다. 에스밀 로저스-제이크 브리검-최원태-신재영-김성민-한현희-하영민-김선기가 나왔다. 총력전을 떠올리게 한 이날 연습경기 라인업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건강한 타자들, 부족한 실전기회

일단 첫 연습경기에 베스트 라인업이 전부 가동됐다는 건 그만큼 선수들의 몸상태가 다들 괜찮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경기에 투입조차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일단 긍정적인 신호다. 정규시즌 베스트9 급의 선수들이 아무 이상없이 연습경기에 나온데다 뒤이어 교체된 백업진도 대부분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기록은 큰 의미는 없다. 임병욱이 1회 선두타자 홈런을 쳤고, 김하성도 4회 2점 홈런을 날렸지만, 어차피 연습경기 기록이다. 서건창과 박병호는 나란히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래도 괜찮다.

이날 연습경기를 통해 장정석 감독의 또 다른 의도를 엿볼 수도 있다. 선발과 교체 등을 통해 이 경기에서 넥센은 무려 15명의 타자들을 내보냈다. 수시로 대수비, 대주자를 교체하면서 가능한 여러 선수들에게 실전 기회를 부여하려고 했다. 이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넥센의 연습경기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LG전을 포함해 넥센은 3월초 귀국 전까지 9차례 정도의 연습경기를 예정해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가 아니다. KIA 타이거즈는 12경기를 치른다.

그래서 넥센 코칭스태프는 주어진 연습경기 기회에 되도록 많은 선수들을 투입해 경기 감각을 일깨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물론 이런 계획 역시 선수들이 아프면 해낼 수 없다. 다행히 현재 넥센 타자들은 전부 건강하다.

▶선발 오디션, 이미 시작

이날 LG전의 투수 기용 방식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올 시즌 선발진을 대부분 그대로 다 투입했기 때문이다. 선발 로저스가 2이닝을 던진 뒤 브리검-최원태-신재영-김성민-한현희-하영민-김선기 등 7명의 투수가 나란히 1이닝씩 던졌다. 다분히 의도적인 기용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장정석 감독은 이 연습경기를 통해 외국인 투수들의 구위를 체크하면서 동시에 국내 선발후보군의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보여진다.

일단 로저스가 2이닝 동안 18개의 공만 던지고 내려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구 밖에 안됐기 때문에 한 이닝 정도 더 내보낼 수도 있었지만, 예정대로 내렸다. 구위 확인이 끝났다는 뜻이다. 게다가 수술 받았던 팔꿈치를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어 브리검도 예정된 1이닝만 딱 던지고 내려갔다.

이후 국내 투수들 6명의 등판은 사뭇 흥미로운 대목이다. 상황에 관계없이 무조건 1이닝씩의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는 지를 체크했다. 다분히 '선발 오디션'의 성격이 짙다. 사실 최원태와 신재영까지는 고정 선발급이라고 볼 수 있고, 김성민-한현희-하영민-김선기는 5선발 경쟁 중이다. 하지만 최원태와 신재영도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 구위가 좋지 못하면 밀려날 수 밖에 없다. 프로의 냉정한 속성상 좀 더 좋은 선수를 쓰는 건 당연하다. 어쩌면 이런 긴장감을 심어주기 위해 선발 후보군을 전부 첫 경기에 투입했다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기용방식은 앞으로도 좀 더 이어질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