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크로스' 고경표의 분노가 폭발했다. 연기도 함께 폭발했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 눈앞에 있다. 그 살인범을 죽이기 위해 의사가 됐고, 이제 복수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사실을 알아차린 살인범이 거꾸로 도발해오기 시작했다. 상상할 수 없는 분노가 솟구치는 것이 당연하다. tvN 월화드라마 '크로스'(극본 최민석/연출 신용휘) 속 고경표(강인규 분)의 이야기다.
13일 방송된 '크로스' 6회에서는 이 같은 강인규의 분노와 복수심이 끓어오르듯 폭발했다. 강인규의 정체를 알아차린 살인범 김형범(허성태 분)이 일부러 강인규를 도발한 것. 언제나처럼 교도소 내 진료실을 찾은 김형범은 강인규에게 "왜 몰랐을까"라며 섬뜩하게 다가섰다. 강인규는 직감적으로 김형범이 자신이 정체를, 자신의 복수심을 알아차렸음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두 남자의 난투극이 시작됐다. 아버지의 처절했던 마지막을, 비아냥거리듯 읊어대는 살인범 앞에서 강인규는 그 동안 억누르며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급기야 강인규는 살인범 김형범의 목을 조르며 폭주했다. 매사 냉철함을 유지하던, 복수를 위해 김형범 앞에서는 더욱 차갑고 냉정했던 강인규의 감정이 흐트러진 것이다.
결코 길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고경표라는 배우의 진가가 오롯이 드러났다. 고경표는 차분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시작했다. 이후 상황에 따라 점점 고조되며 폭발하는 강인규의 감정을 강력한 에너지로 이끌며 표현했다. 점차 강렬해지는 눈빛과 표정, 흔들리며 떨리는 목소리, 분노를 폭발시키기까지. 진폭을 넓혀가는 고경표의 열연에, 시청자는 어느덧 몰입하게 된 것이다.
'크로스' 속 고경표가 연기하는 강인규는 선과 악,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복수심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 인물이다. 품고 있는 스토리, 감정이 강력해서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고경표는 이토록 특별하고 어려운 캐릭터를 매회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내며 극을 쫄깃하게 만들고 있다.
'크로스' 6회에서는 강인규의 복수에 강력한 힘이 실렸다. 그 와중에도 부모님 걱정에 스스로 장기를 팔고자 했던 소녀의 병원비를 걱정하거나, 누워있는 딸의 얼굴을 보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는 등 의사로서의 따뜻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환하게 웃지도, 감정표현을 풍성하게 할 수도 없는 캐릭터이기에 고경표는 무표정 속에서도 울림 있는 눈빛으로 이 감정들을 담아냈다. 이것이 회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시청자들이 고경표의 '흑과 백' 연기에 호평을 쏟아내는 이유다.
한편 tvN 월화드라마 '크로스'는 매주 월, 화요일 밤 9시 30분 tvN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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