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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라이벌]女쇼트 500m '괴물' 최민정 VS '나쁜 손' 판커신, 누가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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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강릉 영동대 쇼트트랙 연습장.

여자 500m 혈투를 하루 앞둔 '괴물' 최민정(20·성남시청)은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5명의 여자선수들 중 홀로 남자선수들과 함께 얼음을 지쳤다. 심석희(21·한체대) 김아랑(23·고양시청) 김예진(19·평촌고) 이유빈(17·서현고)이 링크를 돌 때는 휴식을 취했다. 500m에서 스타트와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최민정은 "(남자선수들과의 훈련은) 스피드를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훈련도 수준이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최민정은 클래스가 달랐다. 기량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다. 박세우 여자대표팀 코치가 놀랄 정도. "다른 국가도 남녀선수들이 함께 훈련하지만 확실히 차이는 있다. 그러나 최민정이 남자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을 보면 누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스피드가 올라와 있다"는 것이 박 코치의 설명이다.

최민정은 남자선수들이 쉴 때 홀로 훈련을 이어갔다. 훈련 막바지에는 전력으로 두 바퀴를 돌기도 했다. 육안으로도 남자선수 못지 않은 스피드를 뽐냈다.

단거리와 중장거리 종목에서 다른 주법을 보유하고 있는 최민정의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꽉 찬 자신감이다. 스스로 '자신감'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부담감이 없다"는 말에서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완벽에 가까운 준비에서 드러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최민정은 "500m는 내 주종목이 아니라 조금 부담감이 덜하다"며 "첫 올림픽이고 준비도 정말 열심히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했기 때문에 부담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부담이 있다면 그건 선수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역대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한국이 정복하지 못한 건 여자 500m뿐이다. 특히 여자는 네 대회 연속, 16년간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다. 중국은 평창동계올림픽 500m 예선에서도 판 커신(25), 한위퉁(24), 취춘위(22)가 모두 준준결선에 진출한 상태다.

최민정의 강력한 상대로는 역시 판 커신이 꼽힌다. 판 커신은 올림픽 시즌 네 차례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에서 5위→5위→6위→20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만 2011년부터 5차례 우승한 중국의 진정한 에이스다. 체구는 작지만 엄청난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다. 판 커신은 한국 팬들에게 '나쁜 손'으로 유명하다. 4년 전 소치 대회 500m 결선에서 박승희를 추월하려다 손을 써서 넘어뜨려 국내 팬들에게는 '미운털'이 박혀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판 커신의 공동취재구역 인터뷰는 중국대표팀에서 가로막았다.

또 다른 경쟁자는 올시즌 500m랭킹 1위 마리안 생젤라(28·캐나다)다. 이번 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생젤라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2위를 한 강자다.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인 생젤라는 지난 두 차례 올림픽에서 은메달만 3개를 수확했던 2인자다. 경험이 풍부하고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며 '톱 랭커'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킴 부탱(24·캐나다)은 월드컵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따내 최민정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 중 한 명이다. 올시즌 월드컵 이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동료 생젤라와 발레리 말테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올림픽 시즌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28)은 '단거리 스페셜리스트'다.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워 유럽 무대를 이미 정복했다. 올시즌 월드컵에선 다소 컨디션이 떨어진 모습이었지만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부활했다.

'유럽 퀸' 마르티나 발체피나(26·이탈리아)도 경계대상 1호다. 월드컵에선 1차 대회를 제외하고 3~4위권을 형성했다. 특히 올해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유럽선수권에선 500m와 1500m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