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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생생토크] 박경수 "2년 연속 거짓말, 올해는 말 아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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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거짓말쟁이가 돼버렸네요."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마음 고생을 하며 산다. 주전 경쟁도 해야하고, 팀 성적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몇년 간 가장 힘들었던 선수를 꼽으라면 kt 위즈 박경수를 선택할 수 있다. 1군 무대 3년 연속 꼴찌. 첫 시즌을 빼고 지난 두 시즌 주장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올해도 또 주장이 됐다. 팀이 꼴찌를 하면 주장은 모든 게 자기 탓인 듯한 기분이 든다.

박경수는 주장이 되고 2년 전, 그리고 작년 스프링캠프에서 "올해는 무조건 성적이 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박경수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박경수는 과연 뭐라고 답을 했을까.

-이제 스프링캠프 주장 인터뷰 달인이 된 느낌이다.

▶(웃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2년 연속 똑같은 얘기를 하고, 결과도 똑같았다. 올해는 어떨까.

▶내가 거짓말을 한 게 돼버렸다. 그래서 올해는 말을 아끼려 한다. 몇등 한다, 중위권 간다 이런 말 안하겠다. 다만, 올해는 검증된 선수들이 많이 보강돼 더 좋아지지 않을까.(웃음)

-주장이 보기에 지난 2년 실패 요인은 냉정히 뭐였나.

▶연패를 하면 선수단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다. 그걸 반전시켜야 하는데, 그게 안됐다. 연패만 하면 선수들이 주눅드는 게 너무 아쉬웠다. 내가 미팅에서 어떤 좋은 말을 해도, 막상 게임에 들어가면 선수들이 무너지더라. '오늘도 또 지는구나' 이런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국 분위기 싸움이다. 주장, 고참들이 땅볼 치고 전력질주 하고 슬라이딩 하면 후배들의 플레이도 바뀔 거다. 올해는 더 정신 차리고 나부터 똑바로 하려고 한다.

-요즘 선수들은 주장직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리고 본인은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도 앞두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올해는 꼭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 하신다. 감독님께서 경험이 없는 선수가 하는 것보다 그동안 주장을 해온 내가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먼저 해주셨다. 나도 고민 없이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2년 동안 성적이 안좋아 너무 죄송했다. FA 자격 이런 건 운명이라 생각한다. 주장 한다고 야구 못하는 건 핑계다. 오히려 주장 역할을 하며 팀 성적이 올라가면 내 개인으로는 그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 혼자 아무리 잘해도, 팀 성적이 안좋으면 소용 없을 것 같다.

-홈런 수가 점점 줄고 있는 데 걱정은 없는지.

▶큰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체력, 힘 모두 충분하다. 올해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려 한다.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지난해 몸이 안좋은 상황에서 많이 참고 경기에 나갔다. 팀 성적도 안좋은데, 주장이 조금 아프다고 빠지면 안된다고 생각했게 때문이다. 주장이 타율 관리하는 선수같은 인상을 주면, 팀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겠나.

-그래도 중심 타선이 보강돼 해결사 역할 부담은 조금 줄 것 같다.

▶나에게 타순은 전혀 상관 없다. 황재균이 가세했고, 윤석민과 멜 로하스 주니어가 개막부터 뛴다. 중심 타선이 좋아져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 같다. 정 현도 성장했다. 타선이 전체적으로 좋아졌다.

-박경수의 2018 시즌 목표는?

▶개인적으로 140경기 이상 출전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경기에만 출전하면 눈에 보이는 성적은 자연스럽게 좋아질 거다. 또, 타순에 맞게 야구를 할 생각이다. 가장 중요한 건 팬들과의 스킨십이다. 경기 결과를 떠나 선수들과 팬들의 스킨십을 더욱 늘렸으면 한다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프런트가 만드는 게 아닌, 선수가 만드는 선수와 팬들의 새로운 문화 말이다. 안좋은 성적에도, 우리 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주신 팬들에게 뭐라도 해드려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물론 올해는 팬 스킨십 뿐 아니라 야구도 잘할 것이다.(웃음)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