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투수 다르빗슈 유의 행선지가 시카고 컵스로 결정되면서 LA 다저스 선발진 5명도 사실상 확정됐다.
다르빗슈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6년 1억2600만달러의 조건으로 컵스와 계약했다. 신체검사를 통과하면 계약 내용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MLB.com에 따르면 다저스도 다르빗슈에게 계약기간 6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르빗슈의 선택은 컵스였다. 구체적인 조건에서 차이가 났을 수 있다.
다저스가 막판까지 다르빗슈에게 매달린 것은 그만큼 올시즌 로테이션 유지에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제외하면 한 시즌을 온전히 버텨낼 수 있는 에이스급 투수가 사실상 없다. 리치 힐, 알렉스 우드, 마에다 겐타, 류현진이 2~5선발을 맡는데, 다저스는 좀더 강력한 투수가 한 명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어쨌든 다르빗슈 영입이 물건너가면서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5선발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 등 2년 공백을 깨고 지난해 복귀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25경기에서 5승9패, 평균자책점 3.77을 올렸고, 126⅔이닝을 던지며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알렸다. 하지만 여전히 풀타임 선발을 소화할 수 있는 지에 관해 다저스는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인지 MLB.com은 류현진을 올시즌 다저스의 가장 큰 '물음표'로 지목했다. MLB.com은 12일 '스프링캠프를 앞둔 30개 구단에게 닥친 30가지 의문(30 clubs, 30 burning questions entering camp)'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를 쓴 앤소니 카스트로빈스 기자는 다저스에 관해 '류현진이 좀더 큰 역할을 감당할 준비가 됐는가(Is Hyun-Jin Ryu ready to take on a larger role)'라는 질문을 던졌다.
카스트로빈스는 '다르빗슈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의 뒤를 받칠 선발진이 좀더 두텁기를 바라고 있다'며 '류현진은 지난해 126⅔이닝을 던지며 최근 3년간 가장 의미있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부상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시즌을 맞기 때문에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흥미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즉 류현진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는 의미다.
다저스 5선발 후보로는 류현진 말고도 워커 뷸러, 로스 스트리플링, 브록 스튜어트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뷸러는 다저스 최고의 유망주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중인 훌리오 유리아스 대신 5선발 또는 6선발을 맡아야 할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경험이나 실력, 부상 위험도를 보면 이 가운데 류현진을 제칠 투수는 없다.
5선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는 점에서 류현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얼마나 건강한 몸상태를 담보할 수 있느냐'는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