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만화의 바이블 같은 작품인 슬램덩크에는 유독 골수 팬이 많은 캐릭터가 하나 있다. 바로 북산의 3점슈터, '불꽃남자' 정대만이다. 시련과 고통을 극복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를 보여주는 인물 정대만에 수많은 팬들은 열광했다.
국내 격투기 무대에도 불꽃남자 정대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바로 MAX FC의 '코리안 마크헌트' 최훈(31·안양삼산총관)이다.
23전 11승12패, 최훈의 전적은 상처투성이다. 여타 챔피언 도전자들은 화려한 전적과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최훈은 다르다. 승보다는 오히려 패배가 더 많다. 그만큼 쉽지 않은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최훈의 경기는 늘 화끈하다. 하지만 그만큼 패배도 많다. "이겨도 져도 KO승부"를 외치는 최훈에게 오히려 상처 많은 전적은 훈장과도 같다. 보통 선수들은 이 정도 전적이면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하지만 최훈에게 포기란 없다. 서른을 넘긴 나이, 챔피언 도전의 자리까지 올라오리라 기대하는 이는 사실 많지 않았다. "챔피언 도전자가 되리라 스스로 예상했는가"라는 질문에 최훈은 "꿈을 좇아 달리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며 웃는다.
운동을 시작한 지 15년, 짧지 않은 선수 생활에서 그는 최근 국내 대회 첫 3연승을 구가했고, 이제 챔피언 벨트가 손에 닿을 위치에 까지 왔다.
"나이 서른을 넘기며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들면 들수록 더욱 훈련에 몰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신적으로도 강해진 것 같다. 나는 약했기 때문에 격투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더더욱 나약한 모습으로 싸우기 싫었다. 챔피언 도전의 자리에까지 오른 지금의 마음 자세도 한결같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돌진하겠다"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지는 그의 표정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최훈의 상대는 국내 웰터급(-70㎏) 파이터 중에서 최정상의 스테미너와 테크닉을 자랑하는 '에너지' 이지훈(31·인천정우관)이다. 3월 3일 KBS 아레나홀에서 개최되는 MAX FC 챔피언 벨트의 주인공은 이날 밤 가려진다.
최훈은 "우리 둘은 동갑내기이기도 하고, 서로의 스타일을 너무도 잘 안다"며 "처음부터 격돌할 것이고 1~2라운드 안에 챔피언 벨트의 주인공은 가려져 있을 것"이라고 경기를 예상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