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67)에 대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자격 정지 조치가 해제됐다.
정 명예회장 측은 10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FIFA의 5년 자격 정지 기간을 1년 3개월로 완화했다'며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에 대한 자격 정지 조치는 지난해 1월 7일로 이미 만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은 국내외 축구 관련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CAS는 정 명예회장에게 FIFA가 부과한 5만스위스프랑(약 5818만원)의 벌금도 취소했다.
FIFA 윤리위원회는 지난 2015년 11월 정 명예회장이 2018,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한국의 월드컵 유치를 도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고 잉글랜드 측과 표를 나누는 '짬짜미'를 했다며 6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정 명예회장은 FIFA 윤리위에 항소했으나 자격정지 기간 1년 감면에 그쳤고, 결국 FIFA 회장 선거 출마가 봉쇄됐다. 당시 정 명예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제프 블래터 전 FIFA회장의 의도적이 견제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정 명예회장은 CAS에 제재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결국 자격 정지라는 족쇄를 풀게 됐다.
정 명예회장은 199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이래 20여년 간 '한국 축구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 성사 및 FIFA 부회장직을 맡으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인물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2011년 블래터 전 회장과 손잡은 중동 국가들의 견제 속에 FIFA 부회장 6선에 실패했고, 자격 정지에 이르게 됐다.
정 명예회장의 복권으로 한국 축구의 국제 위상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오랜기간 국제축구계에서 활동하며 쌓은 인맥과 위상은 여타 아시아 국가 인물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블래터 시대와의 종언'을 주장해온 인판티노 FIFA회장 역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공고한 협력체계를 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 명예회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4년간은 저의 명예와 자부심이 훼손된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FIFA가 다시 축구팬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단체가 되게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