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운명의 맞대결'이 이뤄질까.
다음달 개막을 앞두고 10개 구단은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개막에 여념이 없다. 감독들은 일찌감치 선발 로테이션 구상에 들어간 상태다.
그중에서도 개막전 선발이 누구냐가 큰 관심사다. 개막전 선발투수는 1~2선발급 투수에게만 맡기는 중요한 보직이다. 보유하고 있는 투수 중 가장 강한 카드를 내밀어 이기면, 시즌 출발을 산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도 개막전 선발로 나갈 수 있느냐에 대해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독 역시 최대한 감췄다가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상징적인 의미가 그만큼 크다.
개막전 선발 투수들끼리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다음달 주목해봐야 할 경기는 30일에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이다. 이 경기는 kt의 홈 개막전이기도 하다. 24일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와 정규 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kt는 광주-인천 원정을 끝낸 후 수원에서 홈팬들에게 첫 인사를 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kt의 홈 개막전 선발 투수는 더스틴 니퍼트가 될 확률이 높다. KIA와의 정규 시즌 개막일에 등판한다면, 이날이 자신의 두번째 등판이 된다. 김진욱 감독도 니퍼트가 홈 개막전에 등판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상대가 두산이다. 두산은 니퍼트가 7시즌 동안 몸 담았던 소속팀이자,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팀이기도 하다. 또 니퍼트는 두산과의 재계약 결렬 과정에서 팀에 대한 서운함을 최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또 공교롭게도 상대 투수가 조쉬 린드블럼이 될 확률이 높다. 지난 시즌까지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린드블럼이 보류 선수 명단에서 풀리자, 두산이 곧바로 영입전에 착수했고 계약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는 두산이 린드블럼과 계약을 하면서 니퍼트와의 재계약이 멀어졌다. 두산도 24일 홈 잠실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개막전을 치르기 때문에, 린드블럼이 두번째 턴인 kt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별한 사연이 없어도 외국인 선수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은 어마어마하다. '외국인'이라는 불안정한 신분 때문이다. 같은 팀 내에서도 동료 외국인 선수가 자신보다 좋은 성적을 내면,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잦다. 니퍼트와 린드블럼의 케이스라면 더더욱 '불꽃 매치'가 될 수 있다. 니퍼트는 두산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완벽한 투구를 펼쳐 기량을 증명하겠다는 의욕이 넘칠 것이고, 린드블럼 역시 기대치만큼의 위력적인 공을 뿌려야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등판하게 된다. '운명의 장난' 같은 수원 개막전 선발 투수는 누가 될 것인가. 예상대로 두사람이 맞붙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