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신 황제' 윤성빈(24·강원도청)이 다시 평창에 떴다.
윤성빈은 11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근처에 위치한 곳에 여장을 풀었다.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은 평창선수촌에 입촌하지 않는다. 선수촌에는 취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야식 등 영양섭취에 신경을 써야 하는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들에게는 선수촌이 맞지 않는 공간이다.
다시 환경이 달라진 만큼 윤성빈은 컨디션 조절에 나선다. 올 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5관왕을 달성해 세계랭킹 1위로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은 윤성빈은 지난달 14일 입국해 보름간 평창 트랙을 타며 코스별 감각을 익혔다. 지난 9월 말부터 얼려진 홈 트랙에서 한달간 주행한 이후 3개월 만이었다.
윤성빈은 지난 1일부터 진천선수촌으로 훈련장소를 옮겼다.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40)은 보름여간 주행훈련과 분석에만 매진했기 때문에 마지막 체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다. 우선 경쟁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다. 윤성빈이 결전지 평창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훈련한다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이런 여유가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공존한다.
절대적으로 전력노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윤성빈과 김지수(24)를 제외하고 28명의 외국 선수들은 지난 7일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비공식 훈련을 가졌다. 이어 11일에도 두 번째 비공식훈련이 열린다. 공식훈련은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펼쳐진다. 매일 두 차례씩 주행할 수 있다. 총 8차례 주행 기회가 남았다.
하지만 윤성빈은 비공식훈련을 아예 접고 공식훈련도 한 차례밖에 참가하지 않을 전망이다.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스켈레톤 종목에 참가하는 선수는 3일의 공식훈련 중 두 차례 주행은 해야 한다. 때문에 윤성빈은 13일 공식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일간 체력훈련만 하다 주행감각이 떨어질 우려는 하지 않는다. 이미 윤성빈의 머릿속에는 16개 코스의 가장 빠른 라인이 정리돼 있기 때문이다. 주행감각을 끌어올린다고 비공식훈련과 공식훈련에 계속 참가하게 될 경우 상대에게 고스란히 노하우를 노출하게 되는 것이다.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차례 주행을 해야 하는 것도 상대 분석시간을 최대한 주지 않기 위함이다. 윤성빈이 13일 주행을 하면 어차피 경쟁국 코칭스태프는 윤성빈의 이동경로를 영상으로 찍게 된다. 그러나 분석할 시간은 14일, 단 하루다. 15일부터 실전이다. 올림픽 1~2차 시기가 벌어진다. 단 하루만에 분석하고 그것을 실전에서 적용시킬 선수들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전력노출을 최소화시켰다면 윤성빈은 스스로 한 차례 공식훈련에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둬야 할까.
답은 하나다. 자신이 그 동안 평창 트랙에서 380회 주행을 하면서 세웠던 최고 기록에 근접하는 것이다. 조인호 스켈레톤대표팀 감독과 이 총감독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이번 시즌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이 쓴 최고기록을 경신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윤성빈도 포함되는 얘기다. 그러나 윤성빈의 최고기록이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록이기 때문에 근접하기만 하면 한국 썰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은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감독은 "성빈이에게 다른 건 필요없다. 자신을 믿는 수밖에 없다. 그 동안 해왔던대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