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너무 좋게 봐주셔서 부담이 된다."
'제주 3년차' 조성환 감독은 여전히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전북 현대와 상위권 경쟁을 했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결선 토너먼트(16강)에 올랐던 제주의 사령탑으로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도 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스스로를 낮췄다. 마라톤 같은 시즌은 '100% 만족'이 있을 수 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제주는 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2(2부리그) FC안양을 상대로 최종 연습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1대1 무승부, 1주일 뒤로 다가올 세레소 오사카(일본)와의 ACL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펼친 최종 테스트였다. 한 수 아래의 상대를 만나 거둔 성과 치고는 아쉬움이 남을 만하다. 올 시즌 K리그1과 ACL에서 새 역사 창조에 나서는 제주이기에 조 감독의 마음이 무거워 보일 듯 했다.
경기 뒤 만난 조 감독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오늘의 결과를 두고 자신감을 잃지 않을까 걱정스럽긴 하지만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 신뢰의 힘은 단단했다. 조 감독은 "지난 두 시즌 간 제주는 주목받지 못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성과를 냈고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졌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상당히 올랐다"며 "장기레이스인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모든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오늘 연습경기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아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내용은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새 시즌 제주를 바라보는 기대치가 상당하다. 지난해 리그 2위, ACL 16강을 이룬 전력에서 일부 변화가 있지만 핵심은 건재하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까지 가세하면서 마그노의 짐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다가오는 세레소전이 첫 시험대다.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세레소는 지난해 리그컵과 FA컵(일왕배)를 제패한 팀이다. 기요타케 히로시, 야마구치 호타루, 스기모토 겐유 등 일본 대표 출신 선수 뿐만 아니라 지난해 클래식(K리그1) 포항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양동현까지 가세하면서 한층 단단해졌다. 울산 지휘봉을 놓은 지 2년 만에 J리그 팀을 이끌고 제주전에 나서는 윤 감독의 각오가 상당하다. 세레소는 경기 사흘 전인 11일 입국해 제주전을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겐 쉽지 않은 승부다. 시즌 첫 경기부터 부담스런 상대를 만났다. 최근 A대표팀에 합류했다가 부상으로 중도귀국한 이창민의 공백도 감안해야 한다. 조 감독은 "지난해 세레소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 간의 일왕배 결승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세레소가 상당히 어려운 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ACL에서 J리그 뿐만 아니라 중국, 호주 팀을 경험한게 우리의 큰 재산"이라며 "K리그 대표로 나서는 ACL이다. 멋진 승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고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서귀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