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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민호 "젊은 투수들 의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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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쪽에는 부푼 희망, 다른 한쪽에는 깊은 한숨을 안겼다.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33). 무너진 야구명가 재건을 다짐하고 있는 삼성이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꺼내든 회심의 카드, 대 전환을 위한 상징적인 전력이다. 삼성은 강민호를 영입해 약점으로 꼽혔던 포수, 중심타선을 강화했다. 14년을 롯데 자이언츠맨으로 산 강민호는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던 날 "삼성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지난 2년간 고개를 들지 못했던 삼성 사람들, 라이온즈 팬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이다. 삼성 이적은 강민호에겐 새로운 야구인생을 위한 도전이다. 삼성이 가장 좋았을 때가 아닌, 가장 힘든 시기에 합류했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2018년 2월, 강민호는 롯데색을 털어내고, 삼성맨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중인 강민호는 "젊은 선수들의 강한 의욕을 느끼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게 기대에 답하는 길이다"고 했다.

-롯데 선수로 14년을 뛰다 삼성 선수가 됐다. 캠프에서 이적을 실감했을 것 같다. 밖에서 본 삼성, 안에서 경험한 삼성은 무엇이 다른가.

▶외부에서 본 삼성은 늘 상위권 팀이었다. 선수 구성도 좋았지만 김한수 감독님, 진갑용 코치님, 이승엽 선배 등 팀을 이끌어 줄 고참, 모범이 되는 리더들이 있었다. 후배 선수들이 이런 고참들을 보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선순환이 잘 이루어진 팀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돼야 하는데, 젊은 선수들의 의욕이 강하게 느껴진다.

-스포츠조선이 현장 야구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FA, 가장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 1위로 뽑혔다. 이런 기대, 대형 계약에 따른 부담이 있을 것 같다.

▶과분한 평가와 칭찬이다. 포수라는 포지션이 다른 포지션보다 수비와 타격 둘 다 움직여야 하는 위치다보니, 이런 평가를 해주신 것 같다. 부담스럽긴 해도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자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기대에 답하는 길이다.

-지난해 삼성은 평균자책점 꼴찌팀이다.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스프링캠프 초반이긴 하지만, 영건들을 대해보니 어떤가. 대졸 루키 최채홍은 선발 후보로 거론된다.

▶젊은 투수들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 이들의 의욕, 의지를 살려주고 장점을 끌어내는 게 내 임무다. 최채흥은 구체적인 대답을 하긴 이르지만, 충분히 선발 경쟁을 할 수 있는 재목감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 마인드, 자기 볼에 대한 자신감, 투구 요령이 있는 투수다.

-공격적인 면에서도 기대가 크다. 2015~2016년에 비해 지난해 장타율, OPS가 다소 떨어졌다. 타자 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가 홈이라 홈런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대로 투수를 리드할 때 이런 면을 의식해야할 것 같은데.

▶타격보다 수비, 투수 리드가 먼저이고 더 중요하다. '라팍'이 홈이라 홈런이 늘 거라는 생각보다는 투수 리드에 집중하려고 한다.

-첫 FA 계약을 하고 맞은 2013년,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두번째 FA 계약을 하고 이적해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금액이나 조건보다 도전의 마음이 컸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처음 프로 유니폼을 입었을 때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

-입단식 때 '윤성환, 장필준, 최충연 공을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새 외국인 투수 팀 아델만에 대해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장필준 선수는 옆에서 지켜봤던 것보다 더 힘있는 볼을 던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성환이 형 공은 아직 받아보지 못했는데,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충연 선수는 2군 캠프에 있어 아직 못 만났다. 아델만은 침착한 성격에 안정적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외국인 투수 코치에 새내기 배터리 코치와 함께 한다. 진갑용 코치는 대표팀 선후배로 호흡을 했는데, 좀 낯설 것 같기도 하다.

▶오치아이 투수 코치가 투수들에게 무엇을 강조하는지, 투수들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진갑용 코치님은 늘 함께 했던 형님같이 푸근하고 편하게 대해주신다.

-우리 나이로 올해 34세다. 김한수 감독은 포수로서 최고 기량을 2~3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수로서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대가 궁금하다.

▶체력적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힘이 있는 시기다. 지금은 힘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 알게 되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젊은 포수 전성시대라고 할만큼 젊은 포수들이 잘 하고 있다. 젊은 포수는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고참 포수는 경험과 관록으로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시즌이 개막하면 롯데전에 관심이 집중될 것 같다. 강민호에게 롯데, 강민호에게 삼성이란?

▶롯데가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둥지였다면, 삼성은 새로운 인생을 열고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가야 하는 새둥지다.

-삼성 입단 때도 그랬지만, 주위를 돌아보는 마음 씀씀이가 대단한 것 같다.(강민호는 지난해 11월 고향 포항 지진 피해자를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다른 계획이 있나.

▶주위 분들의 도움과 팬들의 격려 덕분에 지금의 야구선수 강민호가 있는 것이다. 나 혼자서였다면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게 당연히 해야 할 도리다. 지금껏 받은 사랑과 도움을 베풀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