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파일럿 원윤종(32·강원도청)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남북 공동기수로 확정됐다.
6일 복수의 한국 선수단 관계자들은 "원윤종이 남북 공동기수로 확정됐다. 지난 2일 대한체육회에서 원윤종을 남측 기수 후보로 올린 뒤 통일부와 문체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등 관계 기관 인사로 구성돼 있는 정부합동지원단에서 최종 확정했다"고 귀띔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4일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결단식에서도 선수단 기수를 맡았던 원윤종이 올림픽 개막식 기수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로써 원윤종은 역대 국제 종합대회 10번째 남북 공동입장에서 남측 기수로 나서는 영예를 안게 된다. 11년 만이다. 마지막 남북 공동기수는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 당시 오재은(여자 알파인 스키)-리금성(남자 아이스하키)이었다.
원윤종이 남측 기수를 맡게 되면서 평창올림픽은 기존 공감대가 형성된 '남남북녀' 콘셉트가 성사됐다. 지금까지 공동기수는 '남녀북남'→'남남북녀' 패턴이 반복돼 왔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남측의 정은순(여자농구)과 북한의 박정철(유도)의 '남녀북남'을 시작으로 남녀를 번갈아가며 바꿔 맡는 패턴이 이어졌다.
원윤종은 한국 봅슬레이를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체육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원윤종은 어느 날 학교에 붙은 '국가대표 선발전' 포스터를 보고 지원해 덜컥 합격했다. 머리 회전이 빠른 원윤종은 순식간에 대표팀 파일럿으로 발탁, 기존 선배들의 위업을 뛰어넘는 기록을 썼다.
함께 운동을 시작한 서영우(27·경기도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와 출전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18위에 오른 원윤종은 2016년 1월 23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생애 첫 월드컵 1위를 차지했다. 2015~2016시즌 세계랭킹 1위로 시즌을 마친 원윤종은 2016~2017시즌 세계랭킹 3위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물론 혼자서 해낸 업적은 아니었다.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 감독을 비롯해 외국인 코치, 동료들이 다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올림픽 시즌이었던 2017~2018시즌 초반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전략적으로 국내훈련으로 전환해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를 총 452회 주행하며 올림픽 준비를 마쳤다.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막판 체력훈련을 하고 있는 원윤종은 오는 14일 평창에 입성한 뒤 15일부터 공식훈련에 돌입한다.
선수 원윤종의 최종 목표는 IOC 선수위원이다. 현재 한국의 IOC 위원은 유승민 위원이 유일하다. IOC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에서 8번째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유치한 나라가 된 한국에 선수위원 쿼터를 한 장 더 부여하는 것을 심도 있게 고려 중이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발 빠르게 IOC 선수위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체육계에선 원윤종이 미래에 IOC 선수위원을 맡기에 충분한 인재로 평가하고 있다. 자격은 원윤종이 스스로 갖춰야 한다. 특히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홈 이점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썰매 종목에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출전할 경우 세 차례 동계올림픽을 맛보게 돼 경험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올림픽의 기본 정신인 평화를 상징하는 공동기수를 하게 될 경우 엄청난 플러스 점수를 가지고 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체육계와 원윤종, 그리고 동계종목 활성화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그림이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