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전 A대표팀 감독은 한국 축구의 문제점으로 골잡이 부재를 꼽았다.
카타르 대표팀 공격수인 세바스티안 소리아까지 거론하면서 "우리 팀엔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다"는 말로 논란을 부채질할 정도였다. 여론은 들끓었다. 하지만 반은 맞는 말이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A대표팀 공격은 손흥민이 '시작이자 끝'이었다. 대안이 없었다. 본선행에 성공한 뒤에도 공격 옵션 부재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한국 축구의 골잡이 부재 고민을 김신욱(29·전북 현대)이 풀어주고 있다. 2017년 동아시안컵에서 가능성을 보여준데 이어 터키 전지훈련 기간 가진 3차례 친선경기에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신태용 A대표팀 감독에게 완벽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3일(한국시각) 터키 안탈리아의 마르단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라트비아전에서 본선행 화룡점정 했다. 전반 32분 라트비아진영 왼쪽에서 소속팀 동료 이승기가 올려준 오른발 코너킥을 문전 왼쪽에서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골문을 등진 상황에서 볼에 절묘하게 머리를 갖다대면서 방향을 바꿨고, 미처 예측하지 못한 골키퍼의 손을 완벽하게 피했다. A매치 4경기 연속골(6골)을 터뜨린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동아시안컵 전까지만 해도 신 감독이 과연 김신욱 활용법을 제대로 찾을 지에 대한 물음표가 붙었다. 1m96의 장신 공격수 활용은 상대 수비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으나 되려 김신욱의 머리만 노리는 단조로운 공격패턴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신욱은 동아시안컵에서 2선과의 패스 연계나 공간 침투, 필드골 결정력 등 그동안 '높이'라는 편견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터키 전지훈련에서는 몰도바전(1골), 자메이카전(2골)에 이어 라트비아전(1골)까지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신 감독의 공격 전술에 완벽하게 녹아든 모습이다. 신 감독은 "다들 김신욱이 머리로 축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발로도 잘할 수 있는 선수다. 패스게임을 하면서 공격을 만드는 부분은 보기가 좋았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동아시안컵과 터키 전지훈련을 거치면서 김신욱은 신태용호 공격의 한 축으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물론 한 차례 조정이 남았다. 손흥민(토트넘) 석현준(트루아) 권창훈(디종) 등 유럽파들까지 합류해 공격라인을 꾸리는 3월 A매치 2연전에서 김신욱의 역할은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소속팀 동료들과 쉽게 호흡을 맞췄던 그동안과는 달리 제각각 강점을 갖춘 동료들과 어느 정도 호흡을 끌어 올리느냐에 따라 김신욱에 대한 평가는 바뀔 수도 있다.
김신욱은 "월드컵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 매 경기가 내게는 너무나 중요하다. 매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터키 전지훈련을 통해 가치를 입증한 김신욱 앞에 본선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다가오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