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프링캠프가 시작된다. 모두가 새로운 마음으로 새 시즌에 돌입한다. 올해 입을 새 유니폼을 받는다. 그리고 그 유니폼에 새번호를 단 선수들이 있다. 자신의 번호로 굳어져 그것을 선호하는 선수들도 많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번호를 바꾸는 선수들도 많다.
KIA 타이거즈에서 등번호를 바꾼 선수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투수 윤석민이다. 어깨 웃자란 뼈를 깎는 수술을 한 뒤 1년간 재활에만 몰두한 윤석민은 올시즌 복귀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부활을 새로운 등번호로 하려한다. 올해 윤석민이 선택한 번호는 24번이다. 2005년 입단했을때 20번을 달았고, 2011년부터 미국 진출 때까지 21번을 달았던 윤석민은 2015년 복귀했을 때 다시 20번을 달았다. 국가대표 때 28번을 달아 지난 2011년에 잠시 28번을 등에 붙이기도 했던 윤석민인데 24번은 낯설다. 야탑고 시절에도 27번이었다. 24번을 달았던 유재신이 14번으로 바꾸자 단숨에 낚아챘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는 번호였다.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할 정도로 윤석민 가족이 모두 24일이 생일이었던 것. 윤석민은 7월24일생이고, 2016년 12월에 태어난 아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 태어났다. 그리고 아내 김수현씨도 24일이 생일이라고 한다. 24라는 숫자 안에 자신과 아내, 아들이 모두 들어있는 것.
KIA에 온 이후 줄곧 4번을 달았던 서동욱도 이번엔 번호를 바꿨다. 새 번호는 17번. 바로 경기고 시절에 달았던 추억의 번호다. 서동욱은 KIA에 입단했을 때 6번을 달았고, 이후 LG에서는 3번, 넥센에서 26번을 달고 뛰었다. 2016년에 17번으로 바꿨는데 공교롭게도 그때 KIA로 트레이드가 됐다. KIA에서는 남은 번호가 없어 4번을 달았다. 17번을 달았던 한기주가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되면서 서동욱이 17번을 차지하게 됐다.
2차드래프트로 KIA로 온 유민상은 30번을 선택했다. 지난해 kt 위즈에서는 36번을 달았으나 2015∼2016년에 두산에서 뛰면서 함께했던 30번을 선택했다. 한기주의 트레이드 상대로 KIA 유니폼을 입게된 이영욱은 67번을 붙인다. 삼성시절 좋은 기억이 많았던 번호다. 군입대전까지 67번을 달고 팀 우승에도 기여했던 이영욱은 2014시즌 복귀해 67번을 다시 달았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2015,2016년엔 9번을 달았고, 지난해엔 24번으로 바꿨으나 부진은 이어졌고, KIA에서 다시 67번으로 돌아왔다.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뒤 고향팀으로 돌아온 정성훈은 꾸준히 달았던 16번을 포기했다.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정성훈은 2003년 현대 유니콘스로 팀을 옮기며 16번을 달기 시작했다. 2009년 FA로 LG로 둥지를 바꾸며 59번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2011년 다시 16번을 받고 줄곧 그 번호를 썼다. 그런데 KIA엔 이미 김주찬이 16번을 쓰고 있었고, 정성훈은 남는 번호 중 56번을 골랐다. 굳이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던 마음이다.
새 번호로 바꾼다고 모두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번호를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는 그 마음이 중요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