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박항서 베트남 감독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후 '라커룸 리더십'이 베트남 사회에 큰 감동을 던지고 있다.
베트남은 27일(한국시각) 중국 창저우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가진 우즈벡과의 대회 결승전에서 1-1 동점이던 연장후반 14분 통한의 실점을 하면서 1대2로 패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통과도 힘들 것으로 평가됐던 베트남의 선전은 눈부셨다. D조 4번 시드 베트남은 같은 조 한국, 호주 틈바구니에서 8강에 올랐고 토너먼트에서 '강호' 이라크, 카타르를 잇달아 연장전, 승부차기로 제압하는 이변을 썼다. 눈밭축구였던 우즈벡과의 경승전에서도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종료 직전 프리킥 동점골을 터뜨리며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종료 직전인 연장 후반 14분 아쉽게 결승골을 내주며 1대2로 분패했다.
비록 패했지만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결승 진출의 기적을 쓴 어린 선수들의 투혼은 눈부셨다. '박항서 매직'은 결승전에서도 이어졌다. 좀처럼 눈 구경을 하기 힘든 베트남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이 폭설이 쏟아지는 그라운드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우승을 향해 분투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아들뻘 선수들과 거리낌없이 함께 뒹군다던 박 감독의 리더십은 준우승 직후 라커룸에서도 빛났다. 베트남축구협회는 28일 공개한 영상 속 박 감독의 모습은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라커룸에서 선수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포옹했다. 통역 담당관을 대동한 채 선수 개개인에게 따뜻한 격려의 코멘트를 건네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아들같은 선수들을 꼬옥 껴안고, 토닥여주는 모습은 뭉클했다.
박 감독이 미팅 대형으로 둥글게 선 선수단을 향해 던진 대회 마지막 메시지는 짧고도 강렬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왼쪽 가슴의 국기를 손으로 두드리며 "우리는 베트남 선수들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박 감독은 120분 혈투끝에 우승을 놓치고 실망한 선수들을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불어넣었다. "준우승했지만 너희들은 충분히 기뻐할 자격이 있다"고 거듭 선수들을 독려했다. "코칭스태프, 지원 스태프, 모두 너무 고생 많았고 잘해줬다. 다음 기회에 우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우리는 베트남 축구의 전설이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고 거듭 강조했다. "오케?"라는 마지막 한마디에 선수들이 "오케!"라고 화답했다. 선수단의 뜨거운 박수로 마지막 미팅이 마무리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