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현은 충분히 대회 톱 10에 들 기량을 갖췄다. 멋진 정신력과 체력을 가졌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
세계 테니스계 '신성' 정 현(22·삼성증권 후원)을 향한 '테니스 황제'의 칭찬이었다.
26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와의 2018년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전. 정 현은 세트스코어 0대1로 뒤진 2세트 2-5로 뒤진 상황에서 몸 상태 이상으로 기권을 택했다.
경기가 끝난 뒤 페더러는 온코트 인터뷰에서 "2세트부터 (정 현의) 움직임이 느려지면서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1세트는 정말 훌륭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부상을 안고 경기를 뛴 적이 많다.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렇게 결승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현에 대해 "정현은 충분히 대회 톱 10안에 들 실력을 갖췄다. 멋진 정신력과 체력을 가졌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라며 엄지를 세웠다.
이날 정 현은 페더러의 송곳 서브와 강력한 한 손 백핸드 스트로크에 높은 벽을 실감했다. 1세트를 33분 만에 내준 정 현은 2세트부터 눈에 띄게 움직임이 줄었다. 바로 부상 때문이었다. 왼발바닥 물집이 터졌다. 정 현은 2세트 1-4로 뒤진 상황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사용했다. 이미 왼발바닥에 테이핑을 하고 출전한 정 현이었다. 4강까지 오기 전 5경기를 치르면서 생긴 물집이었다. 특히 경기장이 하드 코트이기 때문에 아무리 테니스화의 끈을 조인다고 하더라도 바닥에 살이 밀려 물집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정 현의 테이핑한 왼발바닥쪽 물집이 터지고 말았다. 의무트레이너는 기존 테이핑을 떼고 물집이 터진 자리에 연고를 바르고 새로 테이핑했다. 정 현은 약간 절뚝이는 듯했지만 곧바로 경기에 임했다.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내며 부상 투혼을 펼쳤다.
하지만 페더러의 서브 게임을 내준 정 현은 체어엄파이어(주심)에게 다가가 기권을 선언했다. 경기장에는 탄식이 흘렀다. 스물 두 살 청년의 위대한 도전이 부상으로 마감한 것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탄식이었다.
정 현은 관중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으며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떠났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