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현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 현(58위·한국체대)의 위대한 모험이 아쉽게 마무리됐다. 정 현은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준결승에서 기권패했다. 정 현은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12일째 남자단식 4강전 페더러와 경기에서 1세트를 1-6으로 내주고, 2세트 게임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했다. 2세트 게임스코어 1-2에서 브레이크를 당한 정현은 게임스코어 1-4까지 벌어진 이후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고 왼쪽 발바닥 물집을 치료하는 등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 무대에 오른 정 현은 결승 진출을 앞두고 만난 상대 페더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회를 마쳤다.
페더러는 경기 후 "1세트 이후 정 현의 움직임이 느려진 것을 보고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며 "이런 식으로 결승에 오르고 싶지는 않았는데 아쉽다"고 했다. 페더러는 이날 한수위의 기량을 보이며 정 현을 압도했지만 정 현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페더러는 "정 현은 이번 대회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조만간 톱10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훌륭한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