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은 것'이 적어보일 순 있다. 하지만 최소한 '잃은 것'도 없다. 정말 중요한 건 '얻어내야 할 것'은 여전히 남았다는 점이다.
FA 이대형(35)이 결국 kt 위즈와 재계약을 맺었다. 꽤 오랜 기간 줄다리기를 벌인 것 치고는 좀 싱거운 결과다. kt 구단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FA 이대형과 2년 총액 4억원(연봉 2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대형은 2019시즌까지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두 가지 특이점이 눈에 띈다. 하나는 FA 계약임에도 사이닝 보너스, 즉 계약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 다른 하나는 평균 연봉이 이대형의 2017시즌 연봉(3억원)에 비해 1억원 낮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을 근거로 유추하면 이번 FA 계약은 애초에 kt 구단이 정해놓은 플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kt 구단으로서는 이대형이 FA를 선언하고 시장에 나오리라고 예상치 못했다. kt 뿐만 아니라 야구계에서는 대부분 이대형이 FA신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8월 경기 도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의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기 때문. 재활이 아무리 잘 되어도 올해 5~6월에나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서 수술 후 재활 중인 이대형이 FA시장에 나올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이대형은 이런 예상을 깨고 FA를 선언했다.
이대형이 자기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시장의 구매자(구단)들이 이런 이대형에 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 구단들의 판단도 합당하다. 수술로 인해 장점인 스피드에 데미지를 받은 30대 중반의 선수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하기도 어렵거니와 애초부터 영입을 고려하는 것 자체도 상식적이지 않다. 결과적으로 FA시장에서 소외된 이대형은 원소속팀 kt와 협상할 수 밖에 없었다.
조건에 관한 이견 때문에 해를 넘겼지만, 결국은 구단의 원안에 근접한 선에서 합의가 됐다. 맨 처음 협상에서 이대형이 원한 기간은 '4년', 구단 제시안은 '1년'이었는데, '2년'에 합의했다. 금액 부분은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었을 뿐 평균치로 보면 엇비슷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대형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이미 시장 가치가 사라진 걸 확인한 뒤 구단의 제안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보면 이대형이 FA선언을 통해 별로 크게 얻은 게 없어 보인다. '2년 보장' 정도에 의미를 둘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이번 계약의 본질은 이대형이 아무 것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아무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한 채 '미아'가 되는 일은 피했다. 나이와 부상 그에 따른 미래 가치를 보면, 계약 자체를 못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계약이 안되면 모든 것을 잃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계약을 통해 일단 2년의 현역 기간은 보장받았다. 2년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이대형이 앞으로 '얻어내야 할 것'들은 얼마든지 남았다고 볼 수 있다. 2년의 시간은 적지 않다.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기간이다. 이대형 역시 이 기간을 통해 다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면 된다. 올해 건강하게 복귀한 이대형이 내년 시즌에 다시 뛰어난 성적을 낸다면, 2년 뒤 FA시장에서 새롭게 각광받을 수도 있다.
'2년의 기회 보장을 통한 가치의 재창출'. 이것이야말로 이대형이 이번 계약을 통해 진짜로 얻어내야 할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