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최준석(35)이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는 보상선수 포기→사인 앤드 트레이드 수용→무상 트레이드까지 선언했다. 사실상 선수를 보유하면서 손에 쥐는 구단의 고유 권리를 모두 내려놨다. 그럼에도 최준석을 받겠다는 팀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26일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지난해 FA협상 초기 만났을 때 최준석에게 우리 구단의 내부방침을 전달했다. 최준석이 가치가 없는 선수여서가 아니라 우리의 방향과는 맞지 않음을 전했다. 최준석도 쿨하게 타구단을 먼저 알아보겠다고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때만 해도 최준석은 자신이 있었고, 롯데 구단은 팀 개편작업으로 최준석을 잡지 못한데 대한 약간의 미안함도 있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두달여가 지났다. 그동안 최준석은 선수 대리인(에이전트)을 앞세워 여러 구단에 직접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최근 일본 돗토리에서 개인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최준석은 주위에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타율 2할9푼1리에 14홈런 82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방망이 하나만은 건재한 최준석이다. 그럼에도 수비와 베이스러닝에서는 거의 보탬이 되지 못하는 약점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최근 기류도 최준석에게는 마이너스다. LG트윈스 등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팀이 더 많아졌다. 롯데 관계자는 "최준석은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지닌 선수다. 다만 우리와는 컬러가 맞지 않았을 뿐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포츠조선은 최근 9개구단 단장(일부 운영팀장)에게 최준석 영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물었다. 9개 구단 중 관심을 드러낸 팀은 없었다. 거의 망설임없이 '생각 없다'고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향후 영입 가능성마저 차단한 팀도 있었다. 최준석 영입은 단순한 선수 한명 영입이 아닌 구단의 운영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부연설명도 했다.
최준석이 FA를 선언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롯데 관계자는 "지나간 일에 대한 가정은 의미없지만 연봉 재계약 대상자였다면 모든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준석은 4년전 4년 34억원에 계약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4년간 활약을 바탕으로 생애 두번째 FA자격을 지닌 최준석이 FA선언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류 변화는 최준석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불행하게도 그 방향 또한 최준석의 바람과는 정반대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