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삶을 통과하다보면 업다운을 겪는다. 높낮이의 문제지 롤러코스터가 없는 인생은 없다. 스포츠 선수는 일반인 보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모두의 환호와 함께 오르지만, 내려올 때는 철저히 홀로 견뎌내야 한다.
PGA에서 활약중인 강성훈(31)에게는 '제2의 전성기'란 수식어가 붙는다. 제1의 전성기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골프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아마추어부터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2006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KPGA투어 롯데스카이힐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 KPGA에 입회한 강성훈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골프 국가대표로 참가해 김경태, 김도훈 등과 함께 남자골프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8년 KPGA투어 신인상(명출상), 2010년 유진투자증권 오픈 우승 등의 활약 속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3년에는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과 제56회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 등 KPGA코리안투어서 통산 4승을 거뒀다.
큰 무대 도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2011년 미국 무대로 눈을 돌린 강성훈은 퀄리파잉(Q)스쿨을 통해 PGA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그의 프로필에는 2013년 한국오픈 우승 이후 2016년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성적부진으로 투어카드를 잃고 2013~2015년까지 3년간 PGA 2부인 웹닷컴투어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후원도 끊겼다. 오랜 동반자였던 신한금융그룹과 2015년에 헤어졌다.
단 한번도 나태한 적 없었지만 '늘 하던대로' 방식으로는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변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필요한' 변화에 집중했다. 하루 12시간,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연습하는 '연습벌레' 강성훈은 노력으로 드라이버 비거리를 늘렸다. 신장 1m72로 PGA투어 선수 중 단신 그룹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 300야드 클럽에 가입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변화를 위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서른이 된 지난해 각종 PGA투어에서 톱10 안에 이름을 올리며 '잔치의 재개'를 알렸다. 지난해 총 상금 21억2598만원으로 김시우에 이어 한국인 남자골프선수 상금랭킹 2위에 오르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후원도 재개됐다. 강성훈은 24일 CJ대한통운과 2년간의 후원 계약을 맺으며 새 출발을 알렸다.
높이 올랐다 내려와 본 사람은 안다. 다시 시작된 오르막의 의미를…. 때로는 얼만큼 오르느냐 보다 어떻게 오르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서른 즈음, 강성훈이 또 한번 오르막길 앞에 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