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사랑받을 작품으로 선보이겠다."
넥슨이 오는 25일 국내에 정식 출시하는 모바일 MMORPG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는 게임명 그대로 독특한 컨셉트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처음으로 개발소식이 공개된 '듀랑고'는 공룡 시대로 간 현대들의 개척기를 담은 오픈월드 MMORPG로, 기존에 보기힘든 새로운 게임성과 특이한 소재가 특징이다. 특히 '마비노기' 시리즈를 만든 넥슨의 대표 개발자 이은석 왓 스튜디오 PD가 꼬박 만 4년간 개발에 매진한 것만으로도 유저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관심도 크다. 더불어 활발한 M&A(인수합병)를 통해 퍼블리싱에 주력했던 트렌드를 탈피, 창의적인 '개발 DNA'로 시장을 개척했던 예전의 넥슨으로 돌아가자는 기조를 밝힌 이후 완전히 새로운 IP를 내놓는 사실상의 첫 시도라 할 수 있기에, 그 의미는 남다르다 할 수 있다.
▶마음대로 즐기는 개척형 오픈월드
국내에서 현재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바일 MMORPG는 검과 마법, 판타지 배경의 세계관, 공성전과 진영전 등 기존 온라인 MMORPG의 인기 공식을 대부분 답습하고 있다. 따라서 신작이 나오더라도 기존 인기작들의 아성을 좀처럼 뛰어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 등 '리니지' 시리즈가 지난해 출시 이후 매출 순위 1~2위권을 계속 지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듀랑고'의 소재와 게임성은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인으로 등장하는 플레이어가 알 수 없는 사고로 공룡 세계에 떨어지게 되면서 게임 전개가 시작된다. 문명의 지식이 있는 플레이어가 맨주먹으로 시작해 야생의 땅을 개척해 나가는 독특한 세계를 다루고 있다.
함께 모일 수 있는 광활한 하나의 공간에서, 유저들은 구할 수 있는 수많은 재료를 조합해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가며 자신만의 개성있는 경험을 쌓아가게 된다. 특히 개발자가 만든 놀이기구(콘텐츠)를 따라 즐기는 '놀이공원'이 아닌 다양한 자연, 무한한 땅, 공룡세계의 동물, 여러가지 제작 도구가 있는 '놀이터'와 같은 샌드박스 MMORPG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해진 퀘스트를 따라 캐릭터의 능력치를 상승시키고 예상된 결과를 얻는 평범한 게임 방식과는 다르게 높은 자유도를 기반으로 무한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최근 모바일게임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는 자동전투도 존재하지 않으며, 전투 역시 필수 요소가 아니다. 게임을 익히는데 도움을 주는 퀘스트는 있지만 부가적인 요소에 그친다. 오히려 유저들은 야생의 땅을 개척하기 위한 제작, 건설, 요리, 농사 등의 심도 깊은 생활 밀착형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이는 기존 문법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시도이다. 대부분 빠른 레벨업과 전투에서의 승리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야 하고 이 것이 매출로 이어지는데, 반대로 별다른 과금이 필요없는 생활형 놀이에 집중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라 할 수 있다.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비해 라이프 사이클이 상대적으로 짧아 단기 매출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포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랜기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겠다는 의지라고도 할 수 있다. 이은석 PD는 "유저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게임 본연의 재미를 전달하기 위한 숱한 고민 끝에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방식의 신작을 내놓게 됐다"며 "'듀랑고'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10년 이상 오랜 기간 서비스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게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독특한 운영과 마케팅
커뮤니티 운영 방식에도 차별성을 줬다.
기존 모바일게임에서 운영하는 공식 카페를 두지 않는 대신, 새로운 게임을 이해시키는데 적합한 플랫폼으로 큐레이팅 사이트 '듀랑고 아카이브'를 운영한다. 여기에는 SNS, 동영상 플랫폼, 개인방송채널, 인터넷 커뮤니티 등 다양한 플랫폼과 채널에 퍼져있는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듀랑고'와 관련된 재미있는 콘텐츠를 선별하고, 자체적으로 제작한 유용한 정보를 게재하는 등 한 곳에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방대한 콘텐츠와 세계관, 높은 자유도로 게임 내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는 게임 특성상 유저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데 중점을 둔 셈이다. 넥슨은 유저 스스로 게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적극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놀이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TV 광고 역시 유명 연예인을 홍보모델로 기용해 단기간에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을 탈피, 야생의 땅으로 넘어온 현대인이 생존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워프 스토리' 시리즈를 매주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게임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새로운 게임 출시에 목말랐던 유저들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사전 예약 28일만에 200만명을 돌파하며 호응을 보내고 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약 6개월간 14개국에서 해외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152개국 유저가 참여하고, 지난 8일 기준으로 누적 다운로드 횟수만 약 280만건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유저들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듀랑고'가 한국을 넘어 전세계에서도 게임성을 인정받는다면, '한국형 MMORPG'의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