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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인터뷰' 데얀 "수원 우승이 중요! 슈퍼매치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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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화도 파란색으로 바꿨다. 수원의 10년 한을 푸는데 앞장서겠다."

17일이 걸렸다. 2018년 K리그에 최고의 화제를 몰고왔던 데얀(37)이 수원 삼성 입단한 뒤 처음으로 공식 인터뷰에 응했다.

21일 저녁 제주시에서 전지훈련 중인 수원 선수단 숙소에서 취재진을 만나 오랜 시간 차분하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입단 계약(4일)을 하자마자 제주 전지훈련 캠프 합류길에 오른 김포공항에서 간략히 입단소감을 밝힌 것을 제외하고 대외 접촉을 자제해왔다.

FC서울에서 수원으로의 이적 상징성과 여파가 너무 컸던 터라 데얀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어 시간이 필요했다는 게 수원 구단의 설명이다. 이제는 제주 전지훈련 마무리 단계이고 데얀도 '수원맨'으로서 안정을 찾은 만큼 담담하게 '양지'로 나오기로 했다.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제주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데얀은 또다른 이유로 수원 선수단 사이에서 '화제'의 대상이었다. "새로 들어온 외국인 선수 맞느냐"는 것이다. 서정원 감독은 "몇년을 같이 지낸 것같다. 사실 팀내 최고령이고 급이 높은 선수여서 이른바 '거드름'을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특유의 친화력이 정말 훌륭하다"고 했고 염기훈은 "따로 적응시간이 필요없었다. 훈련장에서도 동생들을 배려하는 자세를 보면 몇년간 한솥밥을 먹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데얀은 "하루, 이틀 가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도 본성을 일부러 바꿀 수는 없다. (인격이)좋은 사람이 훌륭한 플레이어가 되는거 아닐까. 수원에 좋은 기량과 성격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었다"며 '팀' 수원에 공을 돌렸다.

자신을 포근하게 맞아준 수원 선수들에게 감동받았는지 예찬이 이어졌다. "연습경기 시즌이 시작됐을 때 공격수로서 긴장감과 편안함뿐이다. 동료들이 나를 믿고 나에게 공을 주는데 스트레스는 느끼지 않는다.", "서정원 감독은 정말 좋은 분이다. 항상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어봐주고 편안하게 대해 주시는 게 나와 궁합이 맞는 지도자 스타일이다."





이 덕분에 수원의 상징색 '블루'에도 완벽하게 적응이 된 모양이다. 수원 입단 후 처음에는 사실 어색했지만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 녹아들면서 최근 몇년간 '블루윙즈'에 몸담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날 데얀의 훈련 모습에서 눈길을 끈 것은 파란색 축구화였다. 수원 유니폼과 '깔맞춤'인 것이다. 데얀은 "나의 용품 스폰서가 제공하는 맞춤형 축구화는 주로 블루, 화이트레드, 그린옐로우였다. 그동안 화이트레드를 사용했는데 올시즌에는 당연히 블루를 신기로 했다"고 말했다. '딸바보'로 유명한 데얀은 "새로 바뀐 나의 푸른색 유니폼이 아직 나오지 않아 보여주지 못했는데 딸아이가 왜 빨리 보내주지 않느냐고 성화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데얀의 딸 페트라(9)는 유아 시절 아빠 품에 안겨 경기장에 가끔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터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 민감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질문에 맞닥뜨렸다. '슈퍼매치'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아니랄까봐 교묘하게 피해갔다. "슈퍼매치 첫 경기? 이런 게 나에게는 다른 의미가 되지 않는다. 나는 프로다. 수원이 나를 데려온 이유는 내가 해야 하는 일 즉, 골을 많이 넣는것이다. 골을 넣기 위해서라면 2부리그팀이든 우승팀 전북이든 모든 경기가 똑같다. 5월 5일 서울에서의 첫 경기가 있다지만 그에 앞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리그가 더 중요해서 신경쓸 겨를도 없다." 그러면서도 "사실 슈퍼매치 첫 경기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는 반대편에 서서 예전 동료를 만나야 하니…"라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데얀은 수원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분명했다. 그는 "수원이 지난 10년간 이루지 못한 리그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골로 보탬이 되고 싶다. 입단 소감에서 밝힌 것처럼 15골 이상을 넣고 싶다. 배번 9번을 달았을 때 우승 경험있는데 이번에 선호하는 10번을 되찾았으니 10번 달고도 우승하는 시즌을 테스트해봐야겠다"면서 "아직 준비기간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은 수원은 우승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수원에서의 자신은 "의욕, 에너지, 동기부여가 넘친다"는 데얀은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역사의 한 기록으로 남은 샤샤처럼 한 부분을 차지하는 선수, 내 이름이 스쿼드에 올라갔을 때 안정감을 주는 선수로 남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가 올바른 결정을 했는지 보여주겠다"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제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