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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감빵'종영, 시청률 10%↑ 이끈 신원호의 투자전략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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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장안의 화제작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18일 종영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주인공 김제혁(박해수)가 무사히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평균 11.2%, 최고 13.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이는 자체 최고 기록이자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 기록이다. 2049 타깃 시청률 또한 평균 7.6%, 최고 9.3%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완벽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토록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열광했을까. 신원호PD의 슬기로운 투자전략을 살펴봤다.

▶ 확인된 트렌드만을 따른다.

와이코프는 오직 증시에서 확인된 트렌드만을 따라 주식을 거래하며 손실을 회피하는 전략을 썼다. 신원호PD 또한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추억과 복고의 시너지라고 꼽았지만, 사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아주 잘 만든 트렌디 드라마였다. 장르 기반을 청춘 로맨스물에 뒀고, 치밀한 복선과 반전으로 흥미를 돋웠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역시 교도소라는 이색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삼아 장르물인 척 위장하긴 했지만, 그 본질은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 트렌드를 그대로 따랐다. 요즘 시청자가 선호하는 드라마는 흔해빠진 로맨스물이 아니다. 적절한 사회 비판과 현실을 담아 공감할 수 있고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현실 판타지' 작품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대부분의 로맨스물이 시청자의 무관심 속에 조용히 떠났고, 2030 세대의 연애와 결혼을 진짜 현실처럼 다뤘던 '쌈 마이웨이'만 살아남았다. 대신 적폐 세력을 청산하거나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처단하는 장르물이 인기를 끌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역시 이런 트렌드를 그대로 답습했다.

김제혁 유정우(정해인) 등이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내고, 조지호(성동일) 등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기득권의 비리를 꼬집는다. 유정우의 사건에서는 군 폭력 문제로 사회적인 공감대를 불러왔다. 그러면서도 수감자들의 반성과 교화로 연민을 느끼게 하고 마지막에는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극적 판타지를 부여하기도 했다. '현실 판타지'라는 드라마 트렌드를 그대로 가져오되 '슬기로운 감빵생활'만의 블랙 유머와 패러디를 절묘하게 가미해 신선함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 워렌버핏형 저평가 우량주 분산투자

워렌버핏의 가치투자 전략은 주식 투자가들 사이의 바이블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신원호PD 또한 이 전략을 제대로 차용해 드라마의 성공을 이끈다.

먼저 저평가 우량주를 발굴한다. 신원호PD는 '응답하라' 시리즈 때부터 가능성은 있지만 유명세를 타지 않은, 그 진면목을 세상에 보여줄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을 발굴해 극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 서인국,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 정우 손호준 도희, '응답하라 1988'의 류준열 혜리 박보검 등이 모두 신원호PD를 만나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했거나, 배우로서 2막을 열 기회를 잡은 케이스다.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마찬가지. 주연인 박해수와 이규형을 비롯해 박호산 정문성 이상이 최성원 김성철 등 대학로 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해 진영을 꾸렸다. 강승윤과 정수정(에프엑스 크리스탈) 등 아이돌 멤버도 과감하게 기용했고 정해인 신재하와 같이 주목받는 신성들에게도 자리를 내줬다.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발굴한 뒤에는 분산투자로 안정적인 화제성을 창출해낸다. 캐릭터마다 확실한 서사와 매력을 부여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어느 한 캐릭터가 시청자의 비난을 받거나 주목 받더라도 극이 흔들리지 않도록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주인공은 박해수 뿐 아니라 '해롱이' 이규형, '문래동 카이스트' 박호산, '장발장' 강승윤 등 모든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숨쉴 수 있었고, 각각의 캐릭터마다 팬덤이 생겨나며 극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줬다.

▶ 언제 팔아야 할지를 알아라

성공적인 주식 투자를 위한 몇 가지 법칙이 있다. 공부하라(Do Your Homework), 독점적 이익을 향유하는 기업을 발굴하라(Find Economic Moats), 안전 이익을 확보하라(Have a Margin of Safety), 장기보유하라(Hold for the Long Haul), 언제 팔아야 할지를 알아라(Know When to Sell) 등이다. 모두 알고 있듯 주식을 사는 것보다 파는 게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떤 지점에서 힘을 빼고 더할지를 알아야 확실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신원호PD는 바로 이부분에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다.

많은 드라마가 애초의 기획의도를 무시하고 인기 캐릭터에 중점을 두느라 방향성을 잃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신원호PD는 캐릭터의 경쟁력을 너무 과대평가했거나 해당 캐릭터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을 때, 혹은 캐릭터가 본래 의도 이상의 상승세를 보일 때, 특정 캐릭터의 비중이 너무 높아질 때는 과감하게 캐릭터를 끊어내는 결단력을 보여준다.

'응답하라' 시리즈 때는 '주인공의 남편찾기'를 위해 매력적인 남자 캐릭터를 대거 등장시키면서도 꾸준히 진짜 남편에 대한 힌트를 던진다. 시청자는 이를 '낚시' 혹은 '떡밥'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남편이 누구일지 추측하는 과정에서 흥미도 붙고 각 캐릭터 지지세력의 설전으로 화제성도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원호PD는 진짜 남편이 아닌 다른 캐릭터가 급류를 타려는 순간, 과감하게 잘라냈다. '응답하라 1994' 때는 일찌감치 손호준을 군대에 보내버리고, 유연석 지지세력이 보란 듯이 고아라가 정우에게 고백하도록 했다. '응답하라 1988' 때는 후반으로 접어들 수록 류준열의 비중을 현저히 줄여버렸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도 이런 성향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에피소드 별 주인공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긴 하지만, 그것은 애초에 할애된 분량이 끝날 때까지다. 일례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마스코트나 다름없었던 '해롱이' 이규형은 그토록 독하게 마약을 끊겠다고 다짐했으나 출소하자마자 함정수사에 걸려 허무하게 붙잡혔다. 시청자는 최종회에서 그의 후일담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런 반전은 없었다. 그토록 시청자를 열광하게 했던 2상 6방 식구들의 이야기는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김제혁의 매니저가 된 법지만 잠깐 얼굴을 비췄을 뿐이다. 대신 김제혁의 재기에 초점을 맞추며 극을 마무리지었다.

이러한 결말에 아쉽다는 의견이 빗발치긴 했다. 그러나 일찌감치 진짜 범죄자 패는 팔아버리고, 억울하게 수감됐던 김제혁의 재기를 그리며 범죄자 미화 논란의 위험은 피하고 감동을 안기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된 것.

이처럼 신원호PD의 영리한 투자전략은 이번에도 주효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시청률과 작품성, 그리고 새로운 원석을 발굴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 속에 무사히 막을 내렸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후속으로는 이보영의 '마더'가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c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