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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밥상인터뷰] '냉정과 열정사이' 조원우 감독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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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이거 아니면 죽어부러야~"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 특유의 손짓과 눈 찡긋까지 99.9999% 똑같다. "마, 니 지금 뭐하노?" 류중일 감독의 전매특허 경상도 사투리에 쩌렁쩌렁한 발성도 동일인인가 싶을만큼 일치한다.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47)이 이렇게 재미있는 남자라는 걸 처음 알았다. '돈가지고 밀고 당기는 게 쑥스럽고 못견디겠어서' FA(자유계약선수) 옵션도 "고마 됐심니더" 한마디로 거부한 선수 시절 성격이 남아있지만, 티내지 않고 묵묵하게 모든 것을 안고가는 경상도 '싸나이'의 의리도 여전하다. 쌍방울 레이더스의 '돌격대장' 시절부터 20년 넘게 지켜봐 온 주위 사람들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시즌 롯데의 정규 시즌 3위와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던 조원우 감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3년 총액 12억원에 재계약했다. 지난 2년 동안 리더십 증명과 선수단 조합 퍼즐을 맞추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앞으로 3년은 조원우호 2기가 본격적인 항해를 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서울 자택에서 가족과 휴식중인 조 감독을 밥상 인터뷰로 만났다. 조 감독은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시즌 구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고 했다.

-올해는 미국이 아닌 대만이다.

▶애리조나에서 메이저리그 구단 구장을 쓰다보니, 2월 15일에는 무조건 비워줘야 한다. 캠프 출발일이 늦춰졌으니 이도저도 아니다. 대만으로 가면 인천공항도 안들르고 부산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어 좋다. 구단 직원들이 사전 답사를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더라.

-이제 캠프 출발이 얼마 안 남았는데.

▶연말에는 서울에 있었다. 이제 부산 내려가서 코칭스태프 미팅도 하고, 캠프 스케줄도 짤 예정이다. 특별한 변화는 없다.

-손아섭 잔류, 민병헌 영입으로 외야가 한층 빵빵해졌다.

▶박헌도 김문호 나경민 이런 선수들을 어떻게 쓸지 고민이다. 그렇다고 지금 외야 주전 선수들인 손아섭 민병헌 전준우 이런 친구들이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이제 30대 초반이니 선수로 한창 뛸 때 아닌가. 이제 지명타자 활용을 잘해야할 것 같다. (이)대호가 지명타자로 더 많이 나갈 수도 있고, 1루를 채태인과 번갈아가며 볼 수도 있다. 이병규도 1루가 가능하다. 그래도 옵션은 많아졌다. 이대호가 1루로 갔을 때 지명타자를 누구로 할지, 김문호를 외야로 내보내고 외야수 중에 한명을 지명타자 시킬 수도 있고. 여러 구상 중이다.

-민병헌이 좌익수, 전준우가 중견수를 맡게 되나.

▶수비 실력은 민병헌이 낫다고 본다. 더 나은 선수가 중견수를 맡아야 한다. 일단 구상은 민병헌 중견수, 전준우 좌익수인데. 캠프가서 적응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

-가장 큰 고민은 포수 아닌가.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는데.

▶포수를 잘키워야하는데, 참 쉽지가 않다. 나종덕이 유망주지만, 지난해 2군에서 타율이 2할1푼이었다. 1군에 오면 더 못친다고 봐야한다. 나원탁도 마찬가지고, 김사훈도 방망이가 아직은 더 연습해야 한다. 안중열은 아직 팔꿈치가 안좋다. 솔직히 있는 선수들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겠지만, 어린 친구들에게 무작정 부담만 안길 수도 없다. 고민은 고민이다.

-내부 FA 최준석과 이우민이 아직 계약을 못한 상태다.

▶내가 재계약을 하고 나서 준석이가 인사를 하러 왔더라. FA 신청 하겠다고 하길래 이런 저런 상황상 안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감독 입장에서 안타까울 뿐이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술도 안좋아하고, 담배도 안하는 걸로 알고있다.

▶독서?(웃음)

-감독실에 책이 없다는 제보가 있다.

▶농담이다. 근데 가식적인 것은 안좋아한다.(웃음) 감독실에 '동행' 적어놓고 그런거 안한다.(김기태 감독과 절친해 가능한 농담이다) 사실 간지러운 걸 잘 못한다. 감독실에도 정말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가 "그래도 좀 초라하지 않습니까"라고 하길래 "시끄럽다. 내 사는 게 초라한데 뭔 소리고"라고 답해줬다.(웃음)

-재계약 소식을 듣고 아내와 가족들이 많이 좋아했을 것 같은데.

▶아내는 덤덤했다. 아내도 무뚝뚝한 편이다. 애들도 비슷하다. 우리집에서는 내가 제일 말 많고 웃긴 것 같다. 온 가족이 조용하다.(웃음)

-2년 간 상대하면서 가장 무서운 감독이 누구였나.

▶그래도 가장 독한 승부사는 김성근 감독님이다. 김 감독님을 제외하면 김경문 감독님. 밀어붙이는 힘이 장난 아니다. 흐름을 잘 읽으시는 분이다. 경력을 무시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쌓인 내공이 얼마나 되겠나.

-김기태 감독과는 쌍방울 시절부터 인연이 깊다.

▶몇십년을 봤는데 당연하다. 후배 때 참 힘들었다.(웃음) 그래도 참 정확한 형님이다. 인사 잘하고, 예의만 잘 차리면 아무말도 안한다. 대신 약속 시간이나 연습 시간에 늦으면 바로 죽는거다. 쌍방울 시절에도 나와 후배들은 기태형이 감독감이라고 생각했다. 남을 끌어가고, 리더십이 있는 분이었다.

-브룩스 레일리는 재계약을 했지만, 조쉬 린드블럼이 떠났다. 대신 빅리그 출신 펠릭스 듀브론트를 영입했는데.

▶잘 할 것 같다. 영상을 봤는데 잘 던지더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을 받기는 했지만, 수술 이후 회복을 잘했다. 한 시즌을 정상적으로 잘 던졌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가닥이 있는 선수를 선호한다. 큰 물에서 뛰어봤는데 틀이 있지 않겠나. 야구 잘했던 선수라 기대치가 크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 때문에 마음 고생도 했다. 향수병으로 돌아간 파커 마켈의 경우도 있고.

▶마켈은 일본에서 보는데 제대로 하겠나 싶었다. 정말 잠을 제대로 못자더라. 연습 경기 등판 일정이 잡혔는데, 전날 잠을 잘 못자서 못던지겠다며 미뤄달라고도 했다. 힘도 좋고, 잘할 것 같은 선수였는데 아쉽게 됐다. 미국을 떠나본 적이 없고, 낯선 곳에 오니 적응을 못한 것 같았다. 외국인 선수는 무조건 안 아파야 한다. 그게 기준이다.

-작년에 롯데가 드라마틱한 후반기 반전을 썼다. 대체 뭐가 달라졌던 것일까.

▶투수다. 사실 크게 이긴 경기는 별로 없었다. 대신 타이트한 경기를 이기니까 선수들이 힘이 붙더라. 손승락이 잘한 것도 컸다. 8,9회 어이없는 역전승을 하다보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졌고, 성적이 올라갔다. 특히 2연전 체제에서는 연패 없이 1승씩 꾸준히 한 것이 컸다. 크게 연승을 하지도 않았다. 또 운이 좋았던 게 필승조인 조정훈 박진형은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이다. 조정훈은 하루 던지면 하루 쉬어야 하고, 이틀 연투하면 이틀 이상 쉬어야 한다. 박진형도 팔꿈치가 안좋았다. 그런데 두 선수가 나갈 수 없는 날 꼭 대승으로 이겼다.

-승운이 따랐던 것 같다.

▶김원형 투수코치가 슬쩍 와서 "오늘 진형이, 정훈이 안됩니다"하면 "우짜겠노. 있는 선수로 가야지"라고 했는데, 그러면 크게 이기거나 선발이 잘해준다. 또 이대호가 역할을 잘해줬다. 분위기가 처질만 하면 "개안타 마!" 이렇게 추스른다. 분위기가 내려갈만 할 때 대호가 중요한 임무를 잘해줬다.

-이대호가 새해에도 주장을 맡게 됐다.

▶좀 거친 스타일이기는 해도 책임감은 확실한 선수다. 작년에도 목 뒤 전체에 담이 와서 고개가 안돌아갔던 적이 있었다. 시커먼 피를 엄청 뽑았다. 트레이너가 와서 경기 못뛸 것 같다고 하길래 쉬라고 했다. 근데 라인업 쓸때쯤 트레이너가 다시 와서 "하는데까지는 해보겠답니다"라고 전하더라. 본인이 참고 한다. 그래야 후배들한테 찍는 소리도 할 수 있다. 이번 납회 때 "감독님, 제가 올해도 주장 합니까?"하고 묻길래 "1년만 더 해봐라"고 했다. 물론 본인은 주장으로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1년만 더 맡기고 싶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더라.(웃음)

-올 시즌에도 강한 타선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또 모른다. 부임 첫해 롯데 방망이 잘친다고 해서 뜯어보니까, 완전 허당이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OPS(출루율+장타율) 낮고, 중요한 기록은 전부 하위권이었다. 작년에도 타격 성적 보니까 중요한 것은 죄다 10개 구단 중 5등 밑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투수들 힘이 컸다. 올 시즌에는 내실 있는 타선을 만들어야 한다. 7~9번 타자가 강한팀이 강팀이다. 라인업만 봐도 상대가 위축돼야 이름값으로 50%는 먹고들어간다. 리빌딩이라는 단어에도 어폐가 있다. 고참이든, 후배든 공정하게 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나가는 게 맞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