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새로운 수목극 대전이 벌어진다.
연우진 박은빈 동하가 주연을 맡았던 SBS 수목극 '이판사판'이 지난 11일 종영했다. 초반의 화제성에 비해 초라한 마무리를 맺은 '이판사판'을 대신해 '리턴'이 설욕전에 나섰다. 새 드라마인 '리턴'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수목극 시장에서는 KBS2 '흑기사', MBC '로봇이 아니야',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맞붙게 됐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고현정의 '리턴' 매치 성공 여부다. '리턴'은 TV리턴쇼 진행자 최자혜 변호사(고현정)가 촉법소년 출신 독고영 형사(이진욱)와 함께 상류층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린 사회파 스릴러물이다. 고현정은 이 작품으로 2016년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리턴'은 베테랑 배우인 고현정에게 있어서도 일종의 도전 과제나 다름없는 작품이다. 일단 캐릭터부터 숙제다. 고현정이 맡은 최자혜는 소위 말하는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가치관과 사회적 규범의 갭에서 오는 딜레마, 미성숙한 모성애, 상실의 아픔 등 다양한 감정을 녹여내야 한다. 더욱이 최자혜는 고현정이 데뷔 29년 만에 처음으로 소화하는 변호사 캐릭터이기도 하다.
또 고현정의 상대역은 이진욱이다. 이진욱은 2016년 성폭행 혐의를 받아 구설에 올랐다. 다행히 사건은 무고로 종결됐고, 그를 고소한 여성이 처벌 받으며 누명은 벗겨졌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만큼 이진욱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 이진욱까지 품으며 호흡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고현정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그러나 고현정의 컴백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는 상당히 높은 상태다. '선덕여왕'의 미실 캐릭터로 압도적인 연기력을 뽐냈던 고현정인 만큼, 시청자는 그가 고른 작품과 그가 보여줄 연기에 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다만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현재 수목극 시장은 '흑기사'가 독주체제를 달리고 있다. 최근 스토리 라인이 흔들리고 지지부진한 전개가 거듭되며 정체기를 겪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김래원 신세경 서지혜가 보여주는 연기 합은 탄탄하다. 이들의 기발한 캐릭터 설정에 힘입어 '흑기사'는 꾸준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상승세도 무섭다.2017년 11월 22일 4.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작품은 지난 11일 10.6%까지 시청률이 치솟으며 지상파 드라마를 넘는 기록을 냈다. 감빵이라는 낯선 장소를 배경으로 삼은데서 오는 신선함,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 그 안에서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짠내나는 분투기 등이 절묘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호평을 이끌어낸 덕분이다. 더욱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17일과 18일 최종 2회를 내보내며 대장정을 마무리 짓는다. 안그래도 상승세를 탄 작품이 종영 버프까지 누리며 어떤 신기록을 낼지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과연 새로운 수목극 대전에서 웃는 자는 누구일까. 부동의 김래원일까, 돌아온 고현정일까, 아니면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해피엔딩일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17일 오후 9시 30분, '흑기사' '리턴' '로봇이 아니야'는 오후 10시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