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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행정가' 새출발 최진철 경기위원장의 꿈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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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님이요? 스승님이지만 '봐주는 거 없다'라는 말씀부터 드려야죠(웃음)."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최진철. 대표팀 수비 진영을 지키던 우직함은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한결같았다. 그에게 '행정가'는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보인다. 물러서면 모든게 끝나는 수비수의 길을 걸었던 그는 도전을 택했다. 올 시즌 그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프로연맹) 경기위원장'으로 새 출발한다.

프로연맹은 1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제1차 이사회를 열고 최 위원장 선임을 결정했다. 지난 2016년 포항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2년여 만에 다시 K리그로 복귀하게 됐다.

"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적응이 안되네요." 말쑥한 양복차림에 넥타이까지 맨 최 위원장은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지난 주 토요일 경기위원장직을 제의 받고 이틀 동안 고민 끝에 수락을 했다. 아직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며칠 동안 업무를 파악하고 나아갈 길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최 위원장은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의 '레전드'다. 숭실대를 졸업한 1996년 전북에서 데뷔해 2007년까지 12시즌 간 외길을 걸었다. '전북의 방패'로 불렸던 그는 지도자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강원FC 코치,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17세 이하(U-17) 대표팀 감독을 거쳐 2016년 포항 사령탑에 올랐다. "전임 지도자 시절에는 '이런 자리가 내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기다. 이 자리(경기위원장) 역시 그러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최 위원장은 "(포항 시절엔) 정신이 없었다. 매 경기 어떻게 치러야할까 눈앞에 있는 것만 보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더 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10여년 간의 지도자 생활을 청산하고 K리그 전반의 경기력을 평가하고 로드맵을 만드는 경기위원장직의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홍명보(전무) 김판곤(대표팀선임위원장) 최영일(부회장) 이임생(기술발전위원장) 등 현역시절을 함께 보낸 선배, 동료들이 축구개혁의 전면에 선 점도 부담감을 줄 만하다. 최 위원장은 솔직담백 했다. "내가 그 분들을 찾아가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홍 전무님이 오히려 나보다 K리그 행정에 대해 잘 아실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한 최 위원장은 "연배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나는 현장을 분주히 움직이면서 견문을 넓히고 좋은 정책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이 경기장을 찾기 위해선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져야 한다. 프로연맹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팀들이 따라갈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허공에 맴돌 수밖에 없다"며 "우리 현실상 지도자들은 매 경기 승패의 중압감이 상당하다. 나는 현장의 지도자들과 소통하면서 K리그가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을 이해시키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전북에서만 뛰었던 탓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경기위원장이라는 자리는 전북 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을 돌아봐야 하는 자리다. 견문을 넓히고 공정하게 K리그를 바라볼 것"이라며 "최강희 감독님은 현역시절 스승이신데 아직도 전북에 계신다. 만나게 되면 '(스승님이라고) 봐주는 거 없다. 이제 연맹 욕하지 말고 나를 욕하라'고 해야할 것 같다"고 웃었다.

현장에서 숨쉬어온 그에게 행정가의 길은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지도자와 행정가 모두 '축구'라는 큰 맥락은 같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가야할 길이라면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게 내가 축구를 통해 받은 사랑에 보은하는 길이다."

축구회관=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