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지난 15일 투수 김승회(37)와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 1+1년에 계약금 1억원, 연봉 1억원 등 총액 3억원이 조건이다. 80억원, 100억원이 주름잡는 최근 FA 시장에서 눈에 띄는 초소형 계약이다.
이제 30대 후반인 김승회의 나이와 팀 상황을 고려한 계약이기는 하지만, 계약 조건을 들은 관계자들은 '그래도 예상보다 훨씬 더 낮은 금액에 계약을 한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김승회는 지난해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해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불펜 핵심 투수로 69경기 69이닝을 뛰면서 7승4패11홀드 평균자책점 4.96의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두산이 무섭게 치고 올라가 1위 KIA 타이거즈를 위협했던 후반기에 28경기에서 4승1패5홀드 평균자책점 3.76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야수진과 선발진이 강한 두산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 불펜. 그런 불펜에서 맹활약을 해줬기 때문에 김승회의 반전이 돋보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김승회의 2017년도 연봉이 1억원이다. 베테랑에게 차가운 FA 계약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동결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산 구단과 김승회의 FA 협상은 무척 순탄했다. 구단이 김승회에게 줄 수 있는 제시 금액을 내밀었고, 이를 김승회가 받아들였다. 특별한 의견 충돌이 없었다. 해를 넘겨 계약을 마무리지은 이유는 구단 내부 상황과 연봉 협상 등으로 조금 미뤘던 것 뿐이지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것은 아니다. 두산은 지난달부터 "김승회와는 무난하게 계약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1월 중 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해왔다.
딱 한가지 조정이 된 부분은 계약금이다. 당초 두산은 계약금 없이 총액 3억원을 제시했지만, 김승회의 요청으로 계약금 1억원을 포함해 연봉 1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건이 변경됐다.
순탄한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근 FA 시장 흐름과 친정팀 두산에 대한 의리가 가장 큰 요소로 보인다. 스프링캠프 출발일이 다가오지만 아직 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가 다수 남아있을 정도로, 구단들이 베테랑 FA 선수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김승회는 두번이나 보상 선수로 팀을 옮겼다가 SK 와이번스로 방출이 됐었다.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친정팀으로 돌아와 재기 스토리를 썼다. 무난한 합의가 가능했던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