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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부 인기 '훈풍', '오후 7시 숙제'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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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기를 뚫고 V리그 여자부엔 '훈풍'이 불고 있다.

2017~2018시즌부터 V리그 여자부 분리 운영이 본격 시행됐다. 초반 우려는 있었지만, 무난하게 안착해 가고 있다는 평가다. 누적 관중, 경기당 평균 관중, 누적 평균 시청률 등 다양한 지표가 여자부 인기의 오름세를 대변하고 있다. 2017년 12월 두 번째 주 기준 여자부 누적 관중수는 7만5561명. 지난 시즌 같은 기간엔 6만3211명이었다. 1만2350명 증가했다. 올 시즌 이 기간 평균 관중은 1843명으로 지난 시즌(1688명)보다 평균 155명 늘었다. 누적 평균 시청률도 0.71%에서 0.78%로 높아졌다.

겨울 넘버원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프로배구, 그 속에서도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여자부다.

솔솔 불어오는 훈풍에 여자부 평일 경기 시각 변경을 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자부 평일 경기 시각은 오후 5시다. 이 시간을 남자부와 동일한 오후 7시로 늦추자는 것이 요구의 핵심. 기존 오후 5시는 관중 동원에 불리하다는 게 경기 시각 변경 주장의 골자다.

익명을 요구한 여자부 구단 관계자는 "경기 시각 변경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 된 이야기다. 이전까진 여자부의 인기가 남자부에 크게 못 미쳐 남자부에 앞서 진행돼왔는데, 분리 운영도 성공적으로 안착됐고, 여자부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지표가 긍정적이기에 이에 맞춰 경기 시각 변경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여자부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분리 운영도 잘 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오후 5시에 경기를 하다 보니 관중 동원에 제약이 많다. 오후 7시로 늦추면 더 많은 관중들을 유치해 프로배구 인기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경기장을 찾기에 오후 5시는 애매한 시각이다. 구단 관계자들의 말대로 오후 7시에 경기를 시작하면, 더 많은 관중이 여자부 경기를 찾을 수 있다. 그로 인해 구단 관중 동원은 물론, V리그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여자부 구단의 논리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이하 연맹)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연맹 관계자는 "여자부 관중수와 시청률 관련 지표들이 상승세인 건 분명 호재다. V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긍정적인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여자부 경기 시각을 오후 7시로 늦추는 것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여자부 인기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경기 시각을 오후 7시로 옮겨 남자부와 같이 치르면 V리그 시청 그룹이 나눠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같은 시각 남녀부 동시 중계를 해서 지금보다 전체 V리그 시청률이 높아진다는 보장만 있다면 적극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잘 나와야 (시청률)현상 유지 정도로 봤을 때 동시 중계로 인한 방송사 비용 부담 증가로 향후 중계권 계약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여자부 인기 상승엔 동의하지만 방송사를 설득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연맹이 지나치게 방송사 입장만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연맹 관계자는 "우리 역시 프로배구의 구성원으로서 여자부 경기 시각은 언젠가 꼭 변경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휴식일인 월요일 시범운영, 오후 6시 시작 등 다양한 대체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리그 전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거액의 중계료를 투자하는 방송사와의 관계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연맹은 2015년 12월 KBSN Sports와 2016~2017시즌부터 2020~2021시즌까지 총 5시즌 간 총액 200억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즌 당 40억원에 달하는 거액 계약으로, 제작지원비 명목으로 방송사에 돌려주는 금액이 없는 '알짜 계약'이다. V리그 남녀부 전구단과 연맹이 '따로 또 같이' 구슬땀 흘려 일궈낸 성과다.

나날이 성장하는 한국프로배구, V리그. 발전적 논쟁으로 다져온 현주소다. 여자부 경기 시각 문제도 이 연장선 위에 있다. '해야 한다'와 '시기상조' 상반된 두 목소리의 지향점은 같다. 바로 V리그 발전이다. 결국 '정반합'의 발전적 결론 도출이 답이다. 약 2년 전 중계권 '잭팟'을 터뜨렸던 한국프로배구. 더 큰 '황금알'을 위해 여자부 '오후 7시 숙제'를 현명히 풀어내야 할 시점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