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가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1월 1일 기준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과 귀화자, 외국인 주민 자녀는 총 176만4664명이다. 전체 인구의 3.4%이고 충청북도(160만3404명) 인구보다 많다. 외국인을 빼놓고 한국 사회를 얘기하기 어렵된 지 오래다. 이제는 외국인이 낯선 얼굴이 아니다.
국내 프로 스포츠에선 외국인 선수가 더 친숙하고, 비중도 크다. 종목별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해도, 팀 전력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없이 국내 선수만으로 우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 종목, 팀마다 처한 환경과 조건하에서 최고 전력 영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종목별 특성이 이들의 국적에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는 총 37명(시즌 중 교체 선수 포함)이었다. 미국 국적이 28명으로 가장 많았고, 도미니카공화국이 6명, 캐나다가 2명, 네덜란드 출신이 1명이었다. 야구 종주국 미국 메이저리그는 세계 최고 선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KBO리그를 밟은 외국인 선수 대다수가 메이저리그나, 메이저리그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를 거친 선수들이다. 외국인 선수가 미국과 메이저리그 선수 공급처인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 선수들에 쏠릴 수밖에 없다.
15일 현재 2018시즌 KBO리그 10개 구단이 계약한 외국인 선수 28명의 국적은 6개국이다. 미국이 20명으로 압도적이고, 도미니카공화국이 4명으로 뒤를 잇는다. 네덜란드와 캐나다, 베네수엘라, 쿠바 출신이 각각 1명씩이다. KIA 타이거즈 로저 버나디나가 카리브해 네덜란드령 큐라소 태생이고,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은 캐나다, 롯데 자이언츠가 새로 영입한 펠릭스 듀브론트는 베네수엘라, LG 트윈스 새 외국인 내야수 아도니스 가르시아는 아마야구 강국 쿠바 출신이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13개국 외국인 선수 345명이 KBO리그에서 활약했다. 미국이 226명으로 가장 많고, 도미니카공화국이 73명, 베네수엘라가 15명, 일본이 6명, 멕시코와 호주 선수가 각각 5명이었다. 또 푸에르토리코가 4명, 네덜란드와 캐나다가 각각 3명, 쿠바 2명, 콜롬비아와 이탈리아, 파나마 출신이 1명씩 있었다.
종목 특성이 크게 다른 것처럼,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그림이 완전히 다르다. 축구는 글로벌 스포츠답게 국적이 매우 다양하다. 지난해 남미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26개국 선수 87명(아시아쿼터 포함)이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무대를 누볐다. 축구왕국 브라질 출신이 37명으로 가장 많았고, 호주가 9명, 크로아티아가 8명으로 뒤를 이었다. 베트남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조지아, 동티모르, 북아일랜드 선수가 눈에 띈다.
야구처럼 농구도 미국이 주류다. 15일 현재 남자프로농구 10개 팀 소속 20명 전원이 미국에서 왔다.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고, 선수 주 공급 루트이다보니 그렇다. 여자농구 6개팀 12명 중 10명이 미국 출신이다. 청주 KB스타즈 다미리스 단타스는 브라질, 아산 우리은행 나탈리 어천와는 캐나다 여권을 갖고 있다. 이들 대다수가 WNBA(미국여자농구)에서 검증받은 자원이다.
배구도 출신지가 다양한 종목이다. 남녀 외국인 선수 13명의 국적이 무려 10개다. 남자농구 인천 대한항공 미차 가스파리니는 슬로베니아, 천안 현대캐피탈 안드레아스는 그리스, 수원 한국전력 펠리페 안톤 반데로는 브라질, 안산 OK저축은행 마르코 페레이라와 의정부 KB손해보험 알렉스 페레이라는 포르투갈 국적의 형제다. 서울 우리카드 파다르는 헝가리, 대전 삼성화재 타이스는 네덜란드에서 왔다. 다른 대륙에 비해 배구 인기가 높은 유럽 출신이 많다는 게 눈에 띈다.
여자배구 IBK 기업은행 메디슨 리쉘과 KGC인삼공사 알레나, 현대건설 엘리자베스 캠벨은 미국, 흥국생명의 크리스티나 킥카는 벨라루스, GS칼텍스 파토우 듀크는 세네갈, 한국도로공사 이바나 네소비치는 세르비아 국적이다.
배구는 빅리그라고 할만한 곳이 많지 않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국내 리그는 임금체불 걱정이 없는 안정적인 리그다. 샐러리캡으로 금액 제한이 있다고 해도, 부대 조건이 좋아 인기가 있다고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