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전에는 없던 '신선한 전개'다. '황금빛'의 작가가 무리수를 날린 걸까, 아니면 전에 없던 신선한 전개를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지난 14일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소현경 극본, 김형석 연출) 38회에서 그려진 한 장면이 시청자들의 분노 또는 헛웃음을 불러왔다. 그동안 위암 환자라고 생각했던 아버지 서태수(천호진)가 사실은 위암이 아니었고 상상암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서태수는 위암 증세를 호소하며 복통과 구토, 심지어는 토혈을 하며 자신에게 남은 날들이 약 두 달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전혀 상관 없는 얘기였다. '상상암'의 증세였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방송되는 동안 시청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길거리에 쓰러진 서태수를 보며 위기와 슬픔을 동시에 느끼던 시청자들이 갑자기 드러난 상상암 진단에 처음에는 실소가, 나중에는 분노가 찾아오는 것을 참지 못한 것. 분명 '상상암'은 드라마 역사상 한 번도 그려지지 않았던 신선한 전개임이 분명했지만, 드라마 속에서까지 이런 황당한 전개를 이어간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황금빛 내 인생'은 그동안 서태수의 위암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를 안타까워하고 슬픈 감정을 느끼는 가족들의 감정선이 주로 이어진 드라마였다. 극의 후반부로 접어들며 아버지와의 서사를 쌓아가기 위한 소재로 서태수의 암이 이용됐던 것도 있었다. 그러나 상상암이라는, 진정 '상상도 할 수 없던' 전개는 그동안 쌓아왔던 탑을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지게 만들었다.
물론, 아버지가 사실은 암이 아닌, 상상암이었다는 전개는 현실 세계에선 감동적인 서사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드라마 상에서는 다른 얘기. 그동안 서태수의 상황을 알고 심각하게 드라마를 지켜봤던 시청자들은 한 없이 가벼워진 '황금빛 내 인생'의 전개 자체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신선한 전개임은 분명했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오는 전개임에도 틀림없던 '황금빛 내 인생'이었다.
전무후무, 너무나 신선한 전개 때문에 시청자들의 분노는 상승했고 동시에 시청률도 상승한 '황금빛 내 인생'이다. 시청자의 분노와 비례하게 시청률 역시 상승하며 무려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것. 한 없이 가벼워진 전개로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얻었지만, 시청률만큼은 43.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인 '황금빛 내 인생'이다.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