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 드라마를 어떻게 봐야 할까.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이 여러가지 의미로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14일 방송된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태수(천호진)는 쓰러져 응급실로 후송됐다. 서태수는 검사를 받자는 서지안(신혜선)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결국 가족들의 설득에 검사를 받았다. 서태수는 가족들의 걱정에도 입원 치료를 거부했고 혼자 죽겠다며 집을 나갔다. 뒤늦게 서태수의 마음고생을 깨달은 가족들은 죄책감에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반전이 그려졌다. 서태수의 병명은 다름 아닌 '상상암'이었던 것. 가족들은 충격적인 병명에 경악했다.
상상암은 암을 확진받은 것은 아니지만 환자 본인이 암이라고 믿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사람에 따라 우울증 조현병 불안증 등의 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병에 걸린 건 아니지만 그만큼 위험할 수 있는 케이스라는 것.
서태수의 상상암 설정은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머지 자신이 암으로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다고 믿어버린 그의 마음 고생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천호진은 '대상배우' 타이틀에 걸맞게 실감나는 투병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창백한 안색으로 피까지 토해내는 그의 연기에 시청자도 정말 서태수가 시한부 삶을 살게된 것인지 마음을 졸이며 화면을 지켜봤다. 생소한 병명과 천호진의 열연이 더해지며 '황금빛 내 인생'은 역대급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이런 전개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도 만만치 않다. 애초 '황금빛 내 인생'이 인기를 끌었던 건 속전속결 사건 전개 때문이었다.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10회 이상 끌었을 출생의 비밀을 4회 만에 밝혀버리는 등 고정관념을 탈피한 LTE급 전개는 드라마 속에 자리한 막장 요소들까지 가려줄 정도로 긴장감과 흥미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이 모두 밝혀진 뒤 '황금빛 내 인생'은 점점 극 진행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급기야 '상상암'이라는 소재까지 꺼내들었다. 차라리 오진이거나 좀더 가벼운 병명이었다면 모를까 '상상암'이라는 설정은 암 환자 혹은 그 가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이자, 억지 감동을 쥐어짜내기 위한 막장 전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캐릭터의 문제로 봤을 때도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서태수가 자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떠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거니와, 나중에 그가 돌아올 때의 뻔한 신파가 예상돼 기대감을 꺾는다는 의견이다.
어쨌든 '황금빛 내 인생'은 기존의 국내 드라마에서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역대급 반전을 보여줬다. 그 탓일까. 14일 방송된 '황금빛 내 인생'은 43.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의 자체 최고 기록(42.8%)을 0.4% 포인트 뛰어넘은 것이다. 하지만 계속된 무리수 전개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의 시청률 추이를 예상하긴 어렵다. '황금빛 내 인생'이 막장 오명을 벗고 시청률 45% 돌파에 성공할지, 하락세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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