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충격적 엔딩에 나오던 눈물이 쏙 들어갔다", "상상만으로 기절하고 각혈한다는 설정이 너무 과도한 상상이 아닐까"
호평 일색으로 마의 시청률 40%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인 KBS2 주말극 '황금빛 내인생'(이하 '황금빛')에 처음으로 시청자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14일 방송 엔딩에서 그 동안 이유 모를 각혈과 복통에 시달리던 아버지 서태수(천호진 분)의 병명이 공개됐기 때문. 평생 희생하며 살아온 가장이었지만, 가족들의 외면에 삶의 끈을 놓아버린 서태수에게 갑자기 찾아온 건강 이상은 '황금빛'을 이끄는 하나의 큰 축이었다.
극중 가족들 못지않게 시청자들도 서태수의 병명에 뜨거운 관심을 가진 상황. 하지만 극중 의사의 진단명은 상상도 못한 '상상암'. 의사는 "건강염려증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상상암으로도 구토, 복통, 토혈을 동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직후 관련 기사에는 수천개의 항의성 댓글이 쏟아졌다. 많은 시청자들은 "산으로 간 아버지가 머쓱해질 정도의 전개"라며 "신혜선 만큼 시청자도 충격 받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그동안의 아버지의 슬픔과 아픔을 시트콤으로 바꾼 전개였다"며 "암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상상암은 상상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암환자 가족이라 주장하는 시청자들도 내용의 황당함을 지적했다. 한 시청자는 "암으로 죽는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나. 가장 강력한 마약이라는 몰핀을 24시간 맞으면서도 그 고통을 참을수 없어 입은 물론 입속 혀까지 다 말라 타들어가는 고통을 숨이 멎는 순간까지 느껴야 죽는것이 말기암"이라며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죽고싶어서 암이길 소망하는 상상암이라니..암환자 가족들을 두번 죽이는 전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내 딸 서영이', '두번째 스무살', '49일' 등에서 높은 완성도와 흥행력을 보여준 소현경 작가의 필력을 믿는 시청자들은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자"며 "아버지가 느끼는 비참함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님의 희생을 빗댄 것 같아 마음 아프다. 작가가 이처럼 표현한 이유는 진짜 병에 걸린 고통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삶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의 고통을 돋보이도록 설정한 것 같다"며 엇갈린 의견을 냈다.
'바꿔친 딸', '재벌가와 서민의 사랑' 등 진부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계약직, 출산 기피, 결혼 계약서 등 현실적이고 참신한 설정을 섞어 잘 버무려왔던 '황금빛 내인생'이 갑작스러운 고구마 전개에 꽉 막혀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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