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통신은 최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주목할 선수 10명 중 한명으로 빅토르 안(33·한국명 안현수)을 꼽았다.
빅토르 안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쇼트트랙 선수다. 그는 현재 가슴에 태극기를 달지 않고 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1000m, 1500m, 5000m계주)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던 그는 2011년 러시아 귀화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2014년 보란듯이 다시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국적을 바꾸고도 다시 3관왕(500m, 1000m, 5000m계주). 빅토르 안은 러시아 올림픽 사상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겼다. 러시아 입장에선 국민적 영웅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푸틴 러시아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반면 우리 입장에선 복합적인 이유를 막론하고 러시아 선수가 된 빅토르 안을 바라보는 심정이 복잡해졌다.
사연 많은 빅토르 안이 고국에서 열리는 2월 평창올림픽에 출전한다. 러시아는 빅토르 안이 평창대회에 나설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안드레이 막시모프 대표팀 감독은 15일(한국시각) "올림픽 출전선수 명단에는 유럽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포함될 것"이라며 안현수를 비롯한 남녀 선수 10명의 이름을 들었다. 빅토르 안은 하루 전(14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8년 유럽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안현수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가슴에 태극기, 러시아 국기도 아닌 올림픽 오륜기를 달고 온다. 러시아는 도핑 파문으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아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국기, 국가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평창에 참가해 실력을 겨룬다.
그에게 이번 평창 무대는 큰 의미를 갖는다. 비록 오륜기를 달지만 같은 피가 흐르는 우리나라 팬들 앞에서 역대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사상 최다 메달 기록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빅토르 안이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만 6개로 최다 기록이다. 전체 메달 수는 8개(금 6, 동 2)로 미국의 안톤 오노(금 2, 은 2, 동 4)와 동률이다. 빅토르 안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 하나만 추가하면 그는 오노를 넘어서게 된다.
빅토르 안은 평창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소치올림픽 이후 선수 은퇴를 고민했다가 마음을 돌렸다. 2017~2018시즌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메달이 없었다. 이번 유럽선수권 2위가 최고 성적이다.
지금의 빅토르 안이 갖춘 장점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다. 그는 큰 무대에 강하다. 두 차례 출전한 올림픽에서 무려 6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엔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빅토르 안은 한국 대표팀의 후배들과 메달 경쟁이 불가피하다. 우리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은 4년전 소치에서 빅토르 안이 이끈 러시아 등에 밀려 단 하나의 메달도 가져오지 못했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우리 대표팀은 이번 평창에서 임효준 서이라 황대헌 등을 앞세워 명예회복을 노린다.
빅토르 안은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차례 러시아 대표팀 일원으로 한국체대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그는 한국 쇼트트랙의 노하우를 러시아 후배 선수들에게 많이 전파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