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가즈요시(51·요코하마FC)가 내년에도 '현역'으로 뛴다.
미우라의 현역 연장. 더 이상 놀라운 뉴스는 아니다. 지난해에도 J2(2부리그) 12경기에 나서 1골을 기록하며 최고령 출전 및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언제 은퇴할지는 나도 모른다. 아마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가 아닐까"라고 누누이 밝혀온 그의 입에서 지난해에도 '은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미우라는 최근 매년 이어온 '괌 개인 전지훈련'으로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어쩌면 선수 개인보다는 구단이 더 원한 재계약이 아닐까 싶다. 요코하마FC는 지난 1999년 해체된 요코하마 플뤼겔스의 팬들이 십시일반해 만들어진 팀이다. 2001년 J2에 참가했으나 1부리그 무대에 서본 것은 2007년 단 한 차례 뿐이다. '만년 2부팀'이다보니 재정 뿐만 아니라 관중 동원 등 무엇 하나 시원찮다. 2005년 입단해 14번째 시즌에 돌입하는 미우라의 존재가 빛날 수밖에 없다. 개인, 기업의 스폰서십 제의를 비롯해 홈, 원정 관중몰이, 언론을 통한 홍보효과 등 대부분의 요코하마FC 관련뉴스는 미우라와 연관되어 있다. '미우라가 팀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구단 입장에선 미우라가 '은퇴'를 언급할까 전전긍긍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미우라가 '특별대접'을 바란 것도 아니다. '젊은 선수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며 사비를 털어 진행하는 개인 훈련은 빙산의 일각이다. 훈련장에 가장 먼저 나와 똑같은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고도 '부족하다'며 개인 훈련을 따로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훈련장, 경기장을 찾는 팬들과 거리낌없이 만나고 구단에 도움이 될 만한 언론 접촉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들 뻘 후배 선수 역시 '동료'로 대접할 뿐 권위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프로의 가치와 자세를 알려주는 '선생님'과 같은 존재를 구단에서 마다할 리 없다.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K리그, 그동안 수많은 베테랑들이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구단에선 '고액 연봉자', 선수단에서는 '길을 비켜주지 않는 선배' 정도로 폄하되는 모습이다.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의 역사를 쓴 이동국(39·전북 현대)의 경우를 보자. 지난 2015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자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은퇴를 앞둔 포석이 아니냐'는 왜곡된 해석이 난무했다. 그의 예능 출연으로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긍정적 측면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왜곡된 시선과 환경 속에서는 '노장의 가치'에 대한 발전적 고민이나 새로운 '도전'에 대한 베테랑의 적극적 자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51세 미우라'가 쓰는 스토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량 뿐만 아니라 '마케팅 첨병'이 될 수 있는 선수를 마다할 구단은 없다. 선수 스스로 나설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려는 구단의 적극적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장도 변해야 한다. '프로다운 활약상'을 바라면서도 실상은 중-고교팀처럼 통제만을 강조하는 일부 지도자들의 인식도 문제다.
'팬들이 스스로 그라운드를 찾고 아낌없이 지갑을 열 수 있는 풍토를 만들자'는 구호가 수 십년째 공허하게 메아리치고 있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스포츠2팀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