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단일팀 논의, 현장 선수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14일 논란이 되고 있는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다.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 논란은 지난해 한차례 이슈가 된 후 12일 진천국가대표 선수촌 훈련 개시식 직후 재점화됐다. 남북고위급회담에 정부대표로 참여한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공동입장 등을 포함해 북한에 여러 제안을 해놓은 상태"라면서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구성되더라도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전혀 안 가도록 할 것이다. 엔트리를 증원할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협조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엔트리는 23명, 최대 35명까지 엔트리 증원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이스하키연맹 및 대표팀 선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 위원은 14일 자신의 SNS에 '선수들이 올림픽 운동의 심장이다(Athletes are heart of the Olympic movement)'라고 썼다.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고, 나 또한 이 말을 항상 되새기며 활동한다. 그러나 선수들의 힘은 정치 앞에서는 미약하기만 한 듯하다. 최소한 선수들의 의사는 먼저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남북 단일팀 구성에 있어서 선수들과의 소통 문제를 이야기했다. '아직 결정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리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존중받고, 그들의 열망이 지켜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썼다.
SNS에 올린 글과 관련해 유 위원은 "IOC 멤버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올림픽을 지지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남북단일팀 안이 급물살을 타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올림픽의 주인공' 선수들의 입장을 살폈다. "남북 단일팀 논의는 지난 12일 진천선수촌 훈련개시식 후 언론을 통해 나도 처음 알았다. 아직은 과정이기 때문에 누구나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평화와 화합이 중요한 만큼 지난 4년간 평창올림픽만 바라보고 땀 흘려온 여자아이스하키팀 선수들, 평창 현장에서 직접 활약할 '당사자' 선수의 의사도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입장, 단일팀 등 남북간 모든 논의에 대해 대한민국 선수단에게 취지와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테네올림픽 탁구 챔피언'인 유 위원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현장에서 '올림피언' 동료 선수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전체 2위로 IOC위원에 당선됐다. 자신을 뽑아준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소임을 잊지 않았다. 유 위원은 남북이 동시입장했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처음 나선 후 아테네 금메달, 베이징 동메달, 런던 은메달까지 무려 4번의 올림픽을 경험했다.
영화 '코리아'의 소재가 된 1991년 지바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의 예에서 보듯 탁구는 남북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세계 무대에서 수시로 마주치는 남북 탁구선수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오랜 친분을 유지해왔다.
유 위원은 지난 연말, 중국 쿤밍 국제유소년축구대회 현장에서 북측 단장들과 직접 탁구를 치며 남북 핑퐁외교에 나서기도 했다. 장 웅 북한 IOC 위원과도 여러 차례 미팅을 통해 만나 스스럼 없는 사이다. 다만 IOC 선수위원이자 올림피언으로서 4년의 올림픽을 치열하게 준비해온 동료들의 마음고생을 먼저 헤아렸다. "남북회담 등 일정이 바쁘게 돌아가는 과정에서, 현장 선수들과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인식했다.
대한민국 유일의 IOC 멤버인 유 위원은 18일 IOC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행 비행기에 오른다. 20일 유 위원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장 웅 북한 IOC위원과 함께 IOC측 대표로 참석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남북 NOC 대표, 도종환 문체부 장관 등 남북 정부 대표의 4자 회담을 거쳐 북한 참가규모, 공동 입장, 단일팀 여부, 유니폼, 단기 등 세부사항들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남북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과 관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남북 단일팀 안은 12일 훈련개시식 현장에서 나도 처음 들었다. 만약 단일팀이 추진할 경우 아이스하키쪽에 가장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지, 아직 결론 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20일 IOC 4자회담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면서 "선수들 개인의 입장과 남북평화라는 국가적 대의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의 피해를 줄이고, 남북 단일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