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방송사고에 가까운 무대였다. 반주가 시작된 도입부터 불안했다. 복받쳐 오는 감정을 억누르며 하염없이 단추를 매만지는 모습. 순간 흔들린 감정은 곡의 진행과 함께 고조됐고, 클라이막스에서 터졌다. 결국 후반부 삼분의 일 가량을 반주만으로 흘려보냈다.
치명적인 실수였지만, 지켜보던 가수들은 뜨거운 눈물과 진심어린 박수를 쏟아냈다. 현장을 채운 관객, 시청자도 같은 마음이었을 테다. 확실히 이하이가 '골든디스크'에서 선사한 '한숨' 무대는 이 시상식의 역사 한 켠에 기록될 만했다. '사고'가 아닌 '명장면'으로.
지난 11일 진행된 '제32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이하이가 부른 '한숨'은 지난해 12월 18일 세상을 떠난 故 종현이 만든 곡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줬던 노래다.
힘겹게 감정을 잡던 이하이는 후반부의 '숨이 벅차 올라도 괜찮아요/아무도 그댈 탓하지 않아'라는 가사를 부른 이후부터 마이크를 내리고 눈물을 훔쳤다. 오케스트라 반주로만 채워진 정적. 숨죽이고 집중하던 객석에서는 뜨거운 응원의 박수가 커지기 시작했고, 이하이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괜찮아. 우리도 다 이해해. 너 잘 하고 있어'라는 의미를 담아 보낸 이 박수는 그 자체로 '공감'과 '위로'였기에 종현이 이 곡에 담고자 했던 마음을 더욱 빛나게 하는 그림이었다.
주최측도 이 무대에 온 정성을 다해 진심을 쏟았다는 느낌이 무대 전반적으로 묻어나 뭉클함을 더했다. 푸른 밤, 별이 쏟아지는 듯한 무대 배경을 만든 디테일, MR이 아닌 지휘자와 관현악단의 묵직한 연주로 채운 구성, 종현을 기리는 마음은 눌러 담은 추모 영상 등에서 이 무대를 위해 들인 애정과 노력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골든디스크' 측은 시상식 이후 현장에 자리한 모든 가수들이 다 함께 일어나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번 시상식에는 국내 최고의 가요 시상식 다운 권위를 자랑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기쁨과 슬픔, 환희와 애도를 모두 담아냈으며, 고개가 끄Z여지는 수상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권위를 높였다는 평이 업계 전반에서 나온다. 무대에 선 가수들 역시 이에 걸맞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사하고, 함께 축하하고 또 애도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하 '제32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수상다 명단
- 디지털 음원 부문
▶대상: 아이유
▶본상: 블랙핑크·헤이즈·볼빨간 사춘기·악동뮤지션·트와이스·위너·빅뱅·윤종신·레드벨벳·아이유·방탄소년단
▶신인상: 워너원
▶베스트 남·여 그룹상: 비투비·여자친구
▶베스트 R&B 소울: 수란
▶베스트 록밴드: 혁오
- 음반 부문
▲ 음반 대상: 방탄소년단
▲ 음반 본상: 뉴이스트W, 몬스타엑스, 황치열, 세븐틴, 트와이스, 갓세븐, 태연, 소녀시대, 방탄소년단, 엑소, 슈퍼주니어
▲ 지니뮤직인기상: 엑소
▲ 쎄씨 아시아 아이콘: 엑소, 트와이스
▲ 글로벌 인기상: 엑소
▲ 베스트OST: 에일리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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