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강동원의 진정성 어린 반성의 눈물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개봉 이후 줄곧 2위에 머물렀던 휴먼 영화 '1987'(장준환 감독, 우정필름 제작)이 마침내 예매율 1위로 오르며 흥행 불씨를 일으켰다.
8일 오후 3시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의 실시간 예매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 개봉한 '1987'은 예매점유율 26.1%, 예매관객수 3만3232명을 기록하며 예매 순위 1위에 올랐다. 개봉 이후 첫 예매율 1위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었던 '6월 민주항쟁'을 한국영화 최초로 다룬 '1987'은 첩보 액션 영화 '강철비'(양우석 감독,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작), 판타지 액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1', 김용화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에 이어 세번째로 등판한 2017년 12월 마지막 충무로 신작이었다.
화려한 캐스팅, 탄탄한 스토리로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 역시 기대를 모았던 '1987'이지만 '강철비'를 지나 '신과함께1'의 흥행 파워가 깊숙히 뿌리를 내린만큼 쉽사리 정상의 자리를 꿰찰 수 없었다. '1987'은 '신과함께1'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물며 개봉 4일 차 100만 돌파, 6일 차 200만 돌파, 9일 차 300만 돌파, 12일 차 4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거뒀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신과함께1'의 폭발적인 흥행세에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극장가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개봉 이후 단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한 '1987'에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그러나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마침내 역주행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1987' 특별 무대인사 때문. 이날 무대인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해 고(故) 박종철 열사의 유가족이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또 스포일러 문제로 영화 홍보에 전면 나설 수 없었던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은 강동원이 처음으로 무대인사에 나서 화제를 모은 것. 이미 언론을 통해 강동원의 캐릭터에 대해 오픈된만큼 '1987'은 초강수로 강동원을 전면에 내세워 관객의 발길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강동원은 무대인사에서 벅찬 감정에 눈물을 흘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영화를 준비하면서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다는 심정으로 참여했는데 아직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 앞으로 열심히 좋은 영화 찍으면서 보답하려고 한다"고 작품에 임하는 소감을 전하며 많은 눈물을 쏟았다.
진정성 있는 눈물의 소감을 밝힌 강동원의 무대인사는 SNS를 통해 빠르게 번졌고 이는 곧 예매율로 수치로 이어졌다. '신과함께1' 공세에 만년 2위라는 설움을 겪었던 '1987'은 당당히 '신과함께1'을 꺾고 개봉 13일 만에 처음으로 예매율 1위에 올라섰다. 예매율이 곧 박스오피스 순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이런 뜨거운 반응이라면 '1987'은 오늘(8일) 개봉 이례 첫 박스오피스 1위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한편,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그리고 강동원, 설경구, 여진구가 가세했고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카멜리아'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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