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같은 젊은 유격수 인재가 없다니까요?" 한국야구가 유격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 고졸 신인이었던 1990년생 선수들은 '유격수 황금 세대'로 불렸다. 당시 경북고 김상수(삼성), 서울고 안치홍(KIA), 경기고 오지환(LG) 등 고교야구의 대형 유격수 인재들이 동시에 프로에 입단해 첫 해부터 눈에 띄는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안치홍은 입단 이후 2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하기는 했지만, 신인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을 정도로 주목받는 선수였다. 그리고 이들 모두 지금까지 소속팀의 주전 선수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유격수는 '수비의 꽃'으로 불릴만큼 중요성이 큰 포지션이다. 그만큼 체력 소모도 심하고, 강한 어깨와 수비 센스를 겸비해야 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포수와 더불어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해야 하는 역할이라서, 감독들도 대부분 '타율 2할5푼만 쳐도 좋으니 수비 좋은 유격수'를 원한다.
하지만 2009년처럼 신인급 선수들이 곧바로 유격수로 자리잡는 모습을 앞으로 보기 어려울지 모른다. 물론 김상수-안치홍-오지환 이후로도 촉망받는 고교 유격수들이 상위권에서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한 사례는 최근까지 있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 곧바로 주전으로 자리를 꿰차고,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차세대 거포 김하성(넥센)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화 이글스 하주석이나 KIA 최원준도 고교 무대에서 활약이 빼어나 메이저리그의 러브콜도 받았던 유격수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일단 10개 구단이 지난해 열린 2018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지역 연고 1차 지명에서 3루수 한동희를 지명한 롯데와 포수 한준수를 지명한 KIA를 제외하고 모두 투수를 택했다. 2차 1라운드에서도 다르지 않다. 2개 구단이 포수를 지명했고, 8개 구단은 투수에 몰렸다. 강속구 투수들이 유독 많았던 이번 신인 드래프트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지만 뽑을만한 내야수, 특히 유격수가 없다는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아마추어의 유격수, 포수 기피 현상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정부 지침상 아마추어 학생 선수들이 학교 수업을 반드시 듣도록 규정을 강화하면서, 팀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는 호소의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 특히 훈련 여건이 안좋은 학교들은 운동장을 찾아 이동하는 데만 시간을 많이 쏟다보니, 집중 수비 훈련을 하기 힘들다. 야수들의 경우 프로에 지명받기 위해서는 화려한 타격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훈련의 대부분을 타격 연습에 집중한다. 당연히 수비 기본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유격수, 포수는 체력적으로도 워낙 힘들고 부상 위험이 커서 학부모들과 선수들이 꺼리는 포지션이다.
지금 당장은 학교 야구부의 고민이지만, 이는 곧 KBO리그의 고민이 된다. 각 구단의 차기 주전 유격수들이 세대 교체를 해야할 시점이 오면 마땅한 대체자가 없어 속앓이를 할 수도 있다. '기본'이 흔들리고 있는 아마야구, 야구계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